'아이들' 하면 파란 새싹이 떠오른다. 가꾸기에 따라서 얼마나 좋은 식물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잘 가꾸어야 한다. 무궁무진하다. 그런 마음으로 학부모들이 모였다. 시간이 남아 돌아서 하는 게 아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짬을 낸다.

세태는 나만을-내 아이만을 위해 살라고 잡아 당겨도 당당히 거역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집 아이도 내 아이 같이 챙기는 흔지 않은 사람들이다. 오늘의 취재원인 학생상담자원봉사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런 뜻있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가 유지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글의 제목이 뭔지 아는가? '아이들과 학교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손과 발' 무척 길다. 수식어 등 군더더기를 빼는 것이 좋을 듯도 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손과 발'을 수식하는 '아름다운'을 빼면 뜻이 흐트러져 버리니까. 이 제목은 오롯이 31기의 표어다.

글의 제목에 학생 상담의 의미를 다 담고 있지도 않다. 상담은 말로 하는 것이잖나. 손을 열심히 움직이고 발이 부르트도록 뛴다고 해서 상담을 성공리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로 잘 터치해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그건 소롯이 입의 몫이다.

일종의 환유법이라고나 할까. 손과 발은 묶어두라고 있는 게 아니다. 열심히 움직이라고 만들어 주신 것이다. 손과 발은 활동하고 있다는,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상징어로 보면 된다. 우리의 어법에서 너무 당연한 건 생략한다. 입이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표어에서 '입'을 뺀 이유이다.

기자가 행사장인 김천교육지원청 3층 대회의실에 도착한 건 10시 10분 전, 강당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입구에서는 등록을 받고 있었고…. 31기로 상담 교육을 받을 사람이 25명, 고문 감사 등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 50 여 명 참석했다. 강당이 꽉 찬 분위기에서 시작된 개강식.

학생자원상담에 있어서 교육지원청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오늘 행사에도 신정숙 교육장을 비롯해 정진표 교육지원과장, 곽재선 장학사, Wee센터 정재윤 실장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격려해 주고 힘을 실어 주었다. Wee센터 강정옥 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개강식에서 신 교육장은 학생상담자원봉사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학생상담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치관의 혼돈으로 갈 바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바라기는 인성 상담에 더해 진로 상담까지 같이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저도 은퇴 후 학생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 김천학생상담자원봉사연합을 이끌고 있는 박성숙 회장의 인사말도 이채로웠다.

"학생들을 상담하며 봉사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얻는 게 더 많습니다. 1년 교육을 받고 상담 봉사를 하게 되면 많이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정도 화목하게 바뀌고요, 사회에서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 있는 자신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열심히 함께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개강식에 이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김천학자봉 임은정 사무장이 사회를 봤다. 오늘 강의를 해 줄 서경숙 교수와 김영덕 장나현 고문, 김미옥 감사 등을 소개했다. 김 고문이 대표로 나와 인사한 뒤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은 학자봉 봉사를 한 거였다고 했다. 봉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는 말이다.

31기 신입 회원들에게 교육에 임하는 자세와 지켜야 할 일들을 광고한 뒤 서경숙 교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마음 문 열기'로 시작한 첫 강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에 충분했다. 서 교수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꽉 짜여진 강의 일정 속에서 김천 학자봉 강의를 최우선으로 배치해 놓았다고 했다. 대단한 관심이자 격려다.

돈과 명예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다. 그것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학생상담을 자원봉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신선하게 보였다.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이라는 역사 발전 법칙을 제시하면서 강조한 것이 '창조적 소수'의 힘이다. 학자봉으로 모인 이 사람들이 거기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리를 뜨는 기자의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웠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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