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노벨평화상 참 좋지요. 지구촌에 명함을 내민 사람들은 한 번쯤 탐을 내보는 상입니다. 1901년 국제적십자를 창설한 스위스의 앙리 뒤낭이 첫 수상자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뿐 아니라 단체도 수상 대상자 안에 포함됩니다.

작년이 2017년이었으니까 수상자가 100명을 훌쩍 넘었을 것입니다. 1947년엔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그해 수상자로 내정되었다가 수상 며칠을 앞두고 암살을 당하는 바람에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 해는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노벨평화상은 망자(亡者)에겐 수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랍니다. 

실체가 있는 단체인지 모르겠어요. 대한민국직능포럼이란 단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하려고 했다가 취소했답니다. 정말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는 해퍼닝입니다. 청와대에서도 몹시 민망한 일이라며 중단을 요청했다는군요.

대통령을 우사시킬 의도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입니다. 권력에 아부해서 반대급부를 취하려는 염치없는 짓이 아니고 뭡니까. 상은 어떤 것이든 과정과 결과를 보고 주어지는 것이지 예측에 의해서 미리 수여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결과로도 충분하다구요?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고 또 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했으니까 이것만으로도 한반도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허기사 독일 나찌당의 수괴이자 나중 제2차 세계대전의 원흉이 된 히틀러를 1939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던 얼간이들도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한 변호사가 그 주인공인데, 그는 나중에 ‘웃자고 한 일’이라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답니다.

멀리서 찾을 것 없습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도인가요.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하고 광주를 총칼로 진압한 전두환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수상 이유가 뭔지 아세요. 아웅산 참상을 당하고 KAL기 폭파를 당해도 인내하며 한반도 평화를 유지했다는 겁니다. 가가대소(呵呵大笑)할 일 아닌가요.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은 정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대한 업적 그리고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론 첫 노벨상 수상이지요.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의 일부 인사들이 노벨상위원회에 로비를 했다는 거예요. 그럼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로비의 결과로 알기 쉽겠지요? 그게 아니라 주지 말라고 로비를 했다는군요. 노벨연구소 연구실장으로부터 '한국은 이상한 나라'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노벨평화상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허나 지금은 아닙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 평화를 이끌어 낸 뒤에 받아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정파를 초월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울 때입니다.

어떤 상이든 자신이나 측근들이 설쳐서 받는 것이 아니에요. 노벨상은 더 그렇습니다. 국민 전체의 이름으로 추천할 때, 또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위한 업적을 노벨상위원회에서 높이 평가하고 주려고 할 때 받는 것입니다. 이 점을 늘 생각해야 되겠지요.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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