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정치평론가)

제주의 봄은 유채꽃이 아름답다. 유채꽃이 흐드러진 밭이면 어김없이 밭 앞에서 몇 천 원씩 받는 밭주인들이 있지만 관광객들은 돈을 내고라도 꽃밭에서 사진 찍기를 즐거워한다. 제주의 봄은 가족들과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꽃과 함께 가득하다.

1947년 3월 1일. 제주의 3.1절 기념집회를 구경하던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의 말 뒤굽에 차여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대로 가려던 경찰에 항의하던 시민들 중 6명이 당일 경찰의 발포로 사망하고 6명이 크게 다쳤다. 광복 후 친일경찰들이 새로운 권력과 손을 잡고 여전히 군정경찰로서 공권력을 행사하던 시절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사망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민관 총파업에 이어, 1948년 4월3일 제주의 시민들은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이 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되며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사망자는 최소 14,000명에 이르렀다. 그 중 10세 이하의 어린이는 5.6%, 약780명이었다.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이지만, 2014년 4월 16일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 죽은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사고 난 배와 관련한 조사를 방해했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더욱 서글펐다.

유채꽃밭 아주머니의 손에 쥐어져 있던 몇 천원과 수학여행 가던 아이들이 받았을 용돈 몇 만원. 오늘 저녁 아이들과 구워먹을 삼겹살을 사기 위한 크지 않은 돈들이 머릿속에 겹치면서 아이들을 잃어버린 어미 아비의 마음이 절박하게 다가왔다.

4.3사건에서 죽은 780명의 아이들은 남로당의 반체제활동에 연루된 것일까? 그래서 죽었을까?

구속된 그리고 구속될 두 전직 대통령은 한 번도 제주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직도 TK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4.3사건의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것이다.

잘 모르면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잘 모르는 이야기를 확신에 차서 말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다 알고 있을 법한 사람이 다르게 말하는 것 또한 화가 난다.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선거의 계절이다.

꽃밭에서 같이 사진 찍거나, 손에 용돈을 쥐어주거나,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아이들이었다. 죄 없이 죽은 많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과, 다만 "아이고, 아이고"하며 주저앉았을 그 부모의 힘 없는 늙은 부모들, 모두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주도에 만발한 유채꽃과 벚꽃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우리를 보러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거워 진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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