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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생일 찬가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발행인 | 승인 2018.03.09 12:01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오늘(3월 9일)은 제 생일 날입니다. 여기저기서 생일 축하 인사를 받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기억해 주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한 친구는 늙어가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간난(艱難)의 세월을 헤쳐 왔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생일을 잊고 지냈습니다. 객기(客氣)의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생일을 소재로 한 글에 어울리지 않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두 사람이 생각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알제리의 혁명가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이 그 중 한 사람입니다.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Les Damnés de la Terre)이란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요. 그는 프랑스의 압제 하에 있던 알제리 독립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싸운 의사(醫師)입니다. 

그 다음 분은 손양원 목사님입니다. 다정다감한 손 목사님이 남긴 글 중 자신의 생일에 관계되는 대목은 딱 한 군데 보입니다. 한 성도가 목사님의 생일이 언제냐고 묻습니다.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였겠지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내 주소는 주님의 품속이며, 생일은 중생된 날입니다. 생일의 기쁜 잔치는 천당에 들어가는 그 날 뿐입니다."

위 두 분의 공통점은 대의(大義) 앞에 자신을 내려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의가 프란츠 파농에게는 '조국의 독립'이고, 손양원 목사님에겐 '하나님 나라'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개인의 생일은 그렇게 중요한 날이 아니겠지요.

생각을 교정한 건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로 인해였습니다. 저 때문에 힘 얻는다는 사람들에게서 더 큰 힘을 전달받게 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용케 제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축하의 인사를 주고받았지요.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좀 다른 얘긴데요, 아내와 아이들 등 가족들을 생각할 땐 눈물이 났습니다. 제대로 역할 하는 것 하나 없는 불량 가장을 최고 남편, 베스트 아빠라며 의지하고 따라오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은 잘 자라 주었고, 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돌렸지만 솔직히 부실 가장을 합리화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SNS의 발달로 비밀이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SNS를 문명의 이기(利器)로 생각하고 비교적 활발하게 이용하는 편입니다. 페이스북으로, 밴드로 그리고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로 생일 축하 인사를 많이 받습니다. 마음과 정(情)이 통하는 사람들입니다. 생일 인사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의사 표시 아닙니까.

생일을 맞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다짐합니다. 첫째, 추(醜)하게 늙어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탐욕으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을 봅니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 Me Too(나도 당했다) 운동도 지나친 색욕(色欲)이 원인입니다. 금욕, 권력욕 등도 지나치면 사람이 추하게 됩니다. 

둘째, 이성(理性)의 중심 추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또 이성이 우둔해지지 않도록 탁마(琢磨)할 것입니다. 나이 들어 훼절(毁節)하는 것도 보아 넘기기 힘들지만 줄곧 이성 상실의 영역에서 발호(跋扈)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 주위 사람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겠습니다.

셋째, 작은 것부터 충실하도록 하겠습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은 진리입니다. 제 주위부터 살피면서 살아가되 소박함 속에 따뜻함을 나누겠습니다. 받은 사랑을 누리기 전에 그것 이상을 베푸는 사람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농촌 목회를 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님의 뜻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 2천년 전, 예수님 공생애를 떠올립니다. 율법에 결박된 바리새인들의 신앙 양태의 모습이 오늘날은 없을까요. 내용 없는 형식을 사랑과 복음으로 혁파하신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믿음으로 치장한 굳은 허울보다 말씀 위에 바로 서서 준행(遵行)하는 신앙인이 되겠습니다.

감사의 글이 무겁게 흘렀네요. 허나 여기서 생일에 대한 제 생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족합니다. 그것은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궁극적으로는 찬가(讚歌)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소중함, 그들과 나누는 인정을 노래하는 글입니다. 이번 생일도 기억하고 축하해 주는 분들로 인해 감사의 찬가가 우러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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