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정치평론가)

"문재인은 태극기를 제압하기 위해 언제 계엄령을 선포할 것인가? 고려연방제 통일을 위한 사회주의 개헌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문재인은 전교조와 노조에 의한 볼셰비키 혁명을 통해 결국 대한민국을 북괴 김정은에게 갖다 바칠 것이다." 

이런 내용들이 우리 어르신들의 카톡을 통해 낮게 스밀 적에, 나는 나의 고향 정치인들에 대한 깊은 실망감에 빠져든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카톡을 받는 분들은 고려연방제니 볼세비키혁명이니 하는 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다만 정치인들은 그 단어가 주는 공포심을 이용할 뿐이다. 반세기 전의 억압과 배고픔의 시대로, 우리의 자식들이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해서 노년의 지지층을 결속하고자 하는 선동의 일환이다.

우리나라의 헌법 전문에는 우리나라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임시정부의 인사들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 노력 덕분에 혹은 그 노력과는 별개로 조국의 광복은 이루어 진 것이지만 3.1운동과 임시정부는 본질적으로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승만이 맥아더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국내 정치의 주도권으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긴 했을지라도, 그 이전에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은 무시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역사로서 실존한다.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우리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의 일관되고도 처절했던 투쟁의 역사를 희미하게 만들고, 일제치하에서 반민족적 행위를 통해 일신의 영달을 추구했던 친일파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일이다. 1948년 8월 15일의 건국에 참여했던 모든 인사들이, 그 이전의 어떠한 행위와 관계없이 건국의 주역이 되는 것인데, 이는 우리가 아직까지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반민족행위의 역사를 그냥 덮어버리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거기에 건국의 훈장을 달아 주는 꼴이 되어버린다.

국정교과서, 이것은 건국절을 주장하는 측의 역사관을 어린 학생들에게 공식적이고 독점적으로 가르치고자 했던 전 정부의 시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이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3.1절은 건국절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의미가 축소되어야 하는 기념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곧 다가오고 있으므로, 김천의 수많은 밴드들은 3.1절을 기념하는 태극기와 두루마기를 걸친 정치인들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었다. 3.1절은 축소의 대상에서 일시적으로로 이용의 대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계엄령, 고려연방제. 볼셰비키혁명, 이런 유의 이야기들로 선동하고, 스스로 선동되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그러나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박근혜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광화문에서 열었다고 한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 8.15 건국절을 주장했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빨갱이와 주사파가 정권을 잡았다. 정권을 이미 잡은 이들이 볼셰비키혁명을 다시 할 이유가 무엇이며, 얼마 되지 않는 시위를 제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할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빨갱이와 미국의 대통령이 늘 내통하고 만나고 있다고 한다. 빨갱이를 잡기 위해서는 카톡 문자나 시위, 기도회보다는 111이나 113에 신고하는 편이 나을 듯하지만, 빨갱이와 내통한 미국 대통령이나 그 딸을 잡는 일까지는 쉽지 않을 듯싶다. 늘 그랬지만, 빨갱이를 잡는 일은 빨갱이를 만드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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