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공익제보 or 조직에 대한 배신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서울의 한 구청장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직을 상실했다. 당사자에겐 안 된 일이지만 일의 시종을 살펴볼 때 재판부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고 또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직을 잃은 그 구청장은 감정 섞인 입장문을 내어 재판부를 비난하고 있다. 친문재인 재판부니 좌파들이라느니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정치를 부정하는 언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 구청장이 소속된 국힘당은 한 술 더 뜬다. 이런 재판이면 공익제보가 위축될 것, 김명수 대법원은 정의와 상식을 외면하고 정치 재판을 했다며 날 선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답지 않은 행태다.

심지어 이 재판의 대법 주심인 박정화 대법관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색깔론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아니니 잘못됐다는 식이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직을 잃게 된 당사자는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김명수 대법원장(9월 퇴임)과 박정화 주심(7월 퇴임)이 선고를 서두른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정의의 사도인(?) 자신을 어용법관, 좌파법관들이 제거한 전형적 정치적 재판이라고 했다.

이런 재판 선고면 누가 감히 공익 제보를 하겠느냐며 자신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인정한 공익제보자라고 주장했다.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는 아전인수식 발언에 다름 아니다.

국힘당 지도부와 당사자가 이렇게 날뛰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기들과 생각이 다른 판결에 대해 말 폭탄부터 쏟아내는 것을 잘 한다고 해야 할까.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직을 상실한 그 구청장은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조국이 유죄면 자신은 무죄라며 초등학생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단순 비교로 유무죄를 언급하고 있다. 잘못된 판결로 죄를 덮어쓴 것처럼 말이다.

정말 그런가. 그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실 감찰반 수사관으로 있었다. 직무상 알게 된 내부의 비밀 문건을 언론사에 제보함으로써 극우 세력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자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1,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이것을 확정한 것인데 대법원장이 문재인 사람이어서 편파적으로 판결을 했다? 그래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공무상 기밀 누설죄로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재판부 전체를 능멸하는 언사다. 사법부를 배척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소위 집권 여당이 불신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격이다. 시종 공익제보 내부고발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말 그런가.

공익 제보란 공공의 이익에 해를 가하는 것을 고발해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익 제보의 순수성이다.

제보로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공익을 핑계 삼아 사익을 노리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것까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닐 테지...

직을 내려놓게 된 그 구청장은 2002년부터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으로 일을 했다는데 그가 고발한 상당 부분이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되고 법원도 이 점을 인정하여 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의 공익 제보에 대한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국힘당과 보수 언론을 등에 업고 계획적으로 폭로성 발언을 이어간 것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그가 언론에 제보하여 폭로한 것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 많아서 정치적 의심을 더 사게 만들었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공익제보란 이름으로 무차별 폭로를 이어간다? 누가 순수하게 볼까.

지난 지자제 선거에서 그는 국힘당 후보로 구청장 공천 신청을 해서 당선까지 거머쥐었다. 자신의 입신영달을 위해서 몸담고 있던 조직에 위해를 가했다고 보는 이유이다. 이런 사람이 받은 유죄 판결이 너무 심한 단죄일까.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누설 동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엿보이고, 객관적 사실에 추측을 더해 전체를 진실인 양 언론에 제보했다"고 지적했다. 순수한 공익 제보로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의 일련의 처신을 보면서 그리고 정치적 귀결점을 보면서 나는 조직을 배신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검찰개혁을 맡긴 총장이 정권의 등에 칼을 들이밀고 정권을 잡은 것과 오버랩되었다. 배신은 짐승의 세계에서도 피하는 짓이다.

순수한 공익 제보, 공동체를 위한 내부 고발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악용해 입신양명을 도모해서 역사에 죄 짓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공익제보라는 이름으로 배신자를 보호한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구한말 우리 민족의 생존권을 일제에 팔아넘긴 친일파들의 반민족행위는 대표적 배신행위에 속한다. 요즘 사사건건 일본 편에 서서 말하는 신친일파들도 민족을 배신하는 행위 밖에 있지 않다. 김태우 재판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발행인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