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이 되었다며 말들이 많다. 검찰 개혁을 하라고 맡겨놨더니 검사의 나라를 만들고 말았다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더니 사회 요소요소에 검찰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윤 정권 들어선 지 1년간 정부 요직에 기용된 검찰 출신 인사가 136명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검사들의 전성시대가 왔다. 급기야는 중앙을 넘어 지방에까지 검사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려고 한다.

경상북도에도 검사 출신이 내려온다고 해서 말들이 많다. 극우의 황금어장이라고 생각하고 별 고민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관장에 검사 출신이 내정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지사의 최종 재가만 남아있다고 하지만 검사 출신 기념관장 임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검찰 간부로 있다가 대학에서 법을 가르쳤다는 이 인사는 독립운동이라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독립운동기념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도지사가 갖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임명해서는 안 된다. 그것도 중앙 권력의 영향으로 검찰 출신을 임명한다면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의 위상이 심하게 추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대사 중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다. 1대 김희곤 관장, 2대 정진영 관장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경북지역의 독립운동가 발굴 및 연구로 기념관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주어진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 관장 임명에 기준이 있어야 한다. 역사를 전공해서 독립운동사를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기에 권력과의 연관성이 적은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또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역사적 안목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주문을 한다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면 더욱 좋다. 그런데 내정되었다고 하는 검사 출신 모 인사는 여기에서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낙하산 인사라며 뒷말들이 무성하다. 경북을 보수의 심장 운운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작자들이 없지 않다. 그릇된 생각이다. 경북은 일제강점기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1공화국 때엔 불의한 독재 정권에 맞섰으며, 유신 독재 땐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경북독립운동기념관 앞에 서 있는 독립운동가 1,000인 기념비만 보더라도 지역 선배들의 얼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상징성 있는 지역의 독립운동기념관 관장으로 사계 문외한일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도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이다. 애국선열들 앞에 염치없는 짓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 12일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새롭게 도약하려면 중앙에서 역량 있는 분이 관장으로 오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권력의 도구가 되고 말겠다는 선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지사에게 기회는 있다. 내정은 되었지만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다. 재고할 것을 강권한다. 좋은 것에 본이 되어야지 정치적 편향성과 권력 밀착으로 구설수에 오르기 쉬운 일에 본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 사설을 올린 얼마 뒤 검사 출신 한희원 동국대 교수가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관장으로 정식 임명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관장 예정자는 "조직 확대를 통해 기념관의 영역을 독립운동, 호국, 통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연구와 무관한 자신의 입장을 포장하기 위한 언설로 읽힌다(편집자 주).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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