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2023 세계 책의 날이다. 문명사회를 구가하는 세계 각국이 이 날을 기념하고 책 관련 행사를 가졌다. 굳이 이런 날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이 우리 문명사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아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이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선사와 역사시대를 구분한다. 역사시대를 온전하게 받쳐 준 것이 책이다.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책의 날이 있다는 것은 한편 책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 IT산업의 발달로 사람들의 눈이 영상매체로 쏠리고 있다. 이것이 포스트 모더니즘과 결합해 책을 떠밀어내고 있는 현 형국이다.

책 읽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영상 보기 스크린(screen)이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의 사고(思考)는 즉자적이요 즉흥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출판문화도 침체기를 지나 쇠퇴하고 있다며 탄식들을 한다.

이런 흐름을 하나의 시대조류로 인식하고 바라만 보아야 할까. 아니다. 책의 고유 기능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출판문화의 흥기(興起)를 위해 정책 당국부터 국민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의 으뜸가는 정책이 책을 읽는 풍토 조성이다. 교육 당국, 각급 학교, 직장과 가정에서 책 읽기가 적극 권장될 필요가 있다. 권장에서 그칠 게 아니라 독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독서 결과물을 학교는 성적에 반영하고, 직장은 인사 고가에 가점을 주는 등 대대적인 운동이 전개되지 않고는 독서 침체기를 벗어날 수가 없다. 책도 고유의 기능이 상실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책의 날 앞에 '세계'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책의 위기가 불러오는 상황이 세계 공통, 세계 일반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1년 독서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는 구호가 빛을 바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대는 박학(博學)의 시대라기보다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다 경험한 바 있겠지만 체계적인 지식은 책을 통해 쌓을 때 보존성뿐 아니라 활용도도 높아진다. 학문 발전의 동력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지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지하기가 편하고 책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서 책 대신 IT 관련 기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이다. 멀게 볼 때 암운(暗雲)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걱정이다.

IT 산업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트가 한 말이 떠오른다. 컴퓨터의 개발 이후 인터넷의 발달로 책이 없어질 것 같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책의 고유 기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가 회사 대표로 일할 때, 장거리 출장에는 반드시 큰 가방에 읽을 책을 가득 담아갔다고 한다. 그는 IT사업 아이디어가 마을 도서관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책을 가까이 하자. 사고의 깊이를 더 하자. 2023 세계 책의 날에 우리 모두 다짐해 볼 일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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