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이다. 춘분이 지났으니 성춘이라 해도 무방한 때다.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낭만이 봄날과 어울려 더욱 마음을 달뜨게 한다. 상주성결교회엔 행사 30분 전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조양남 목사의 원로목사 추대식이 열리는 2층 예배당으로 올라갔다. 추대식 순서지를 받아 든 순간, 그곳에서 우러나는 분위기, 뭐라 그럴까 마지막을 장식하는 식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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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목사 추대 순서지에는 조 목사님의 사진이 등재되어 있었다. 백설이 조용하게 얹혀 있는 듯한 하얀 머리카락이 눈에 잡혔다. 왜 하필 저런 사진일까. 백발은 존경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검은 머리 또 한땐 갈색 머리로 젊음을 구가한 적도 있었는데... 은퇴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일단 생각해 두자. 검은 머리로 시작해 흰 머리로 마감하는 것이 인생이러니...
조양남 목사님 그리고 방정용 사모님은 우리에게 늘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다. 육신적 힘이 강해서가 아니다. 경제적 능력이 출중해서도 아니다. 마음이 넉넉했고 믿음이 강고해서 늘 본이 되었다.
원로목사! 흔하지 않다. 40년 목회에 이곳 상주교회에서 26년을 보냈다고 한다. 여주동행(與主同行)의 삶, 성도동행(聖徒同行)의 기간. 동고동락(同苦同樂)의 길이었음을 누구나 눈치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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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의 순서 때 그의 목멘 음성에서 회한이 묻어났다.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대목에선 듣는 이들도 울켝했다. 다시 태어나도 목회자의 길을 걷겠다고...
동고동락(同苦同樂)이라고 했다. 목회를 잘 표현하고 있는 사자성어다. 아니, 우리 인생을 축조해 놓은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용서하시라' 진심어린 말이었다.
지도자를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지장(智將)ㆍ덕장(德將)ㆍ용장(勇將)... 조 목사님은 여기에서 어디에 해당할까. 하나님은 그동안 어느 쪽으로 그를 사용하셨을까. 단정하기 쉽지 않다.
지덕용(智德勇)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체(體)까지. 완비된 목회자의 자질이다. 그는 이런 자세로 세상을 마주해 왔다. 곁의 우리에게도 그러한데 하나님은 얼마나 든든하셨을까.
상주 가는 길, 교회 목양실에 들려 마시던 녹차, 방 사모님의 구수한 음성... 이런 흔적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이젠 대구 두류공원 근처 사저에서 그 맛을 재생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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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녹차의 녹녹한 향기가 그대로 살아나서 방문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마음이야 한결같다 해도 공간의 상이, 공기의 다름이 아무래도 차이를 드러낼 듯...
모두들 은퇴를 제2의 인생 출발점이라고 얘기한다. 격려사를 한 허상봉 목사님은 리타이어(retire), 즉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것이라고 했다. 맞다. 새 출발하는 제2의 인생이 기대된다.
백발의 하얀 은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거기에 부합하는 인생, 아름답게 수놓은 삶이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거처지, 그곳 역시 사랑의 옹달샘이 되리라.
새롭게 출발하는 제2의 인생이 아름답게, 영육간에 더욱 강건하게, 모세와 같이 노후에도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받기를! 천로역정의 길이 예쁘게 이어져서 주위에 선한 영향을 끼치기를!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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