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정치의 계절이다. 국힘당 전당대회도 막을 내렸다. 당 대표 지명대회란 비아냥의 말을 들을 정도로 모든 것이 김기현에게로 모아져 진행되었다. 심지어 당헌까지 고쳐가며 국힘당 주류는 그의 당선에 집착했다. 거기엔 이른바 '윤심'이 든든한 뒷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윤석열의 정국운영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세론이다. 실패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김기현 당 대표를 비롯해 친윤 지도부를 탄생시켰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준석계를 비롯해 다른 소리를 낸 후보가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당장은 승리감에 도취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친윤 일색의 지도부 탄생은 국힘당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당대회는 당내 행사이다. 지금 국힘당의 주류는 극우에 가까운 당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현 당 대표 및 친윤 최고위원들의 지도부 입성은 불가역적 현상이다.

문제는 전국 선거 결과도 핑크빛을 그려낼 수 있겠는가이다. 내년에 있을 총선 득실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다. 김기현과 친윤 일색의 지도부 장악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국힘당 입장에서는 소탐대실의 상황이라고나 할까.

김기현이 어떤 사람인가. 투기성 땅 소유, 극우에 가까운 사고, 전투적 대야관(對野觀) 등 리스크 요소가 너무 많다. 윤석열과 닮은 꼴이다. 국힘당에선 승리했지만 전국 행사에는 실패할 공산이 많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온다. 당에서 승리, 총선에선 패배는 밑지는 장사다.

윤의 당 장악력은 높였을지 모르지만 지지표의 외연 확산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지금 윤석열의 국정 운영에 대해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기존의 질서들을 특별한 이유없이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동의없는 일인 독주가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대일 굴종의 외교는 민족적 자존심까지 내팽개친 것이다. 미일과 손잡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전쟁 불사론으로 이어진다. 소수의 특권층 외에는 모두 국정의 아웃사이더로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거만이 하늘을 찌른다.

안철수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계층적으로는 중도층의 지지를 견인해야 총선에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단에 가까운 사고로 똘똘 뭉쳐있는 국힘당에 안철수의 주장이 먹힐 리 만무했다.

그 당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몇 가지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국힘당 전당대회에 있었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하나 되어 나아가는 길이다. 하지만 이 길은 이상론에 가깝다. 다양한 정치 블럭이 혼재되어 있는 당의 속성상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의 국힘당은 보수 본류, 영입된 윤석열계의 신 주류, 안철수계, 이준석계, 유승민계 등이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언제까지 하나 되어 나아갈 수 있을까. 뇌관은 내년 총선 공천이다. 대통령의 당 완전 장악, 국정동력 강화. 어떤 공천일지 읽히지 않나.

이것보다 더 가능성 많은 것이 있다. 비윤의 정치 블록이 국힘당과 결별하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창당하는 일이다. 새로운 당이 성공한 예가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윤석열 친정체제의 국힘당이 바른 보수 정당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 안철수ㆍ유승민ㆍ이준석이 힘을 합쳐서 보수정당을 창당한다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유력 보수 정당이 양당 경쟁체제가 될 텐데, 안ㆍ유 ㆍ이 연합의 새로운 보수 정당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 합리적 중도 보수의 지점에 확실히 선다면 말이다.

이럴 때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윤석열 체제의 국힘당보다는 유리하지 않을까. 어쨌든 내년 총선이 분기점이 되리라고 본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야당의 합종연횡도 내년 총선을 기해 일어나는 이른바 헤쳐모여식의 파란이 예상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당은 곧 총선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공천을 놓고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공천이 정당한 기준에 근거해 이루어지지 않고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한다든지 거부 블럭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배제시킨다면 한바탕 쓰나미가 몰려올 수밖에 없다.

국힘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이 쓰나미를 어떻게 넘을지, 국정을 안정이 아니라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 넣지는 않을지, 정치권이 과연 역사의 흐름을 인식하면서 행동할지 무엇보다도 그들의 결정이 국민을 위한 길이 될지 염려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혜를 구할 때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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