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가까이 오다
                     詩 / 유치환

이건 연교
이건 산수유
작약은 예 있고
이건 목련---

나날로 잦게 인사도 없이 찾아와서
우리집 창문을 떨거덕거리며
뜨락을 샅샅이 바래주는 것은
먼 남쪽 바다에서 오신 손님!

들리니?
이렇게 은은히 울려오는 바다 소리가
그 하이얀 울림에 적은 눈들은
가므레한 기척을 아득히 느낀다오

* 절기를 소재로 한 시에 절기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촌스럽다. 은은한 시어로 절기를 드러내야 비로소 시다운 시가 된다. 청마의 시 '경칩이 가까와 오다'에는 '경칩'이란 단어가 없다. 없는 게 아니라 숨어 있다고 하는 게 옳겠다. 대신 시어들에서 경칩이 알알이 묻어난다. 연교(連翹)ㆍ산수유(山茱萸)ㆍ작약(芍藥) 모두 경칩 즈음에 피는 꽃들이다. 청마는 남쪽 바다에서 곧잘 시의 모티브를 취한다. 경칩이 오는 소리를 바다를 통해 듣는다. '먼 남쪽에서 오신 손님!'이라고 했다. 손님 오는 소리를 은은하게 듣는다. 시인의 귀는 이런데 예민하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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