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송언석, 험지 출마를 요구받다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천하람이란 이름을 잘 몰랐다. 국힘당 대표 출마 초기에도 뭐라 그럴까 정치 신인의 언론 타기용(for media use) 정도로 치부했다. 이준석의 정치 입문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당 대표 컷 오프를 통과하고 그의 정책의 면면을 살피면서 '어? 장난이 아니네' 정도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치인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조금은 엿보였다.

여론조사도 나의 생각을 뒷받침했다. 컷 오프 통과면 성공이라던 애초 예상을 깨고 김기현, 안철수와 함께 3강 구도를 만들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선투표 가능성까지 운위된다.

이런 천하람이 신선한 공약들을 발표하여 표를 모으고 있다. 극우에 가까운 정당에서 나온 안(案)들이어서 국힘당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이다. 우리의 정치발전을 위해서.

이번에 요람에서만 자족해온 국힘당 중진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국힘당 취약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과 수도권 출마를 요구한 것이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밀어부칠 기세다.

천하람이니까 이런 공천권 개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금 국힘당 순천·광양·곡성·구례군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엔 그 지역이 천하람의 출신지로 알았다.

하지만 그는 대구 출신이었다.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나왔고 중학교부터는 쭉 서울에서 공부한 것으로 되어 있다. 대구 출신인 그에게 전남 순천지역은 험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천권 개혁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힘당 후보로 이곳에서 총선 출마를 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정치구조다. 험지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봐서 누구보다 그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지금 국힘당 중진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공통점은 험지 출신이 없다는 것이다. 총선 당선은 무난한 지역구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공의를 좇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눈을 쉽게 돌린다.

천하람이 발표한 명단 중에서 김천지역 송언석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일찍이 내가 지면을 통해 그의 험지 출마를 강조한 적이 있어서 더 눈이 갔다. 송언석 정도의 스펙이면 수도권 당선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송언석이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이었다면 진영논리에 갇혀 극우에 가까운 언설 이어가기를 계속할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우의 심장이란 김천을 지역구로 하고 있으니까 가성비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고 본다.

차제에 송언석이 선수를 치고 나가면 어떨까. 타의에 밀려 험지 출마를 하는 것보다 스스로 험지인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영남 출신이 그에게 호남이 아닌 수도권이라면 의외로 험지가 아닐 수도 있다.

의사진행 발언 요구하는 송언석 의원(사진=연합뉴스)

따논당상과도 같은 곳을 지역구로 꿰차고 있으니까 사고가 극도로 편향되이 자리하고, 또 지역 정치 구도를 좌지우지하려 든다. 지방의원 공천은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문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지금 국힘당 내에 보수다운 보수는 많지 않다. 그런 중 이준석 천하람 같은 젊은 정치인들이 자기 소리를 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건전한 보수와 진실한 진보가 수레의 양 바퀴 되어 굴러 갈 때 희망이 있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