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의 꽃샘바람
                               詩 / 신경림

힘겹게 줄기를 타고 올라온 흙이
가지 끌에 연분홍 꽃망울로 불거진다
허위단심 강줄기를 좇아 올라간 사람들이
검푸른 하늘에 별로 도드라진다

이내 온 들판이 연초록으로 물들리라
안개와 햇살로 짠 비단으로 덮이리라

추운 겨울을 이겨낸 더 많은 뿌리들이
벌건 상처를 누더기에 감춘 채

애처롭게 바위와 돌 틈에 달라붙어 있는
올봄도 꽃샘바람은 칼끝처럼 맵더라도

* 삶에 서정을 배합하면 시가 된다. 사람은 예외없이 시인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배태된다. 신경림 시인처럼 이것을 잘 뽑아내어 시로 승화시키는 사람도 없다. 따라서 시인 중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에도 예민하다. 겨울에서 봄으로, 마치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옮기는 것처럼 좋아한다. 하지만 결코 겨울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시 만나야 할 운명이기에... 변화에는 적극적인 자기 단련이 요구된다. 흙을 뚫고 꽃망울이 불거지기까지, 강줄기를 좇아 올라간 사람들이 하늘의 별로 도드라지기까지... '허위단심'이란 단어가 이것을 잘 상징한다. 그것보다 더 안성맞춤의 단어가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올봄의) '꽂샘바람'이다. 올 봄의 꽃샘바람은 사람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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