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넘쳐났다. 축하객들이다. 두 가지 일을 축하해야 한다. 김시영 목사님이 원로목사로 추대받는 것 하나, 정광철 목사님이 담임목사로 취임하는 것 둘. 물론 원호성결교회 이야기이다.

좀 일찍 교회에 도착했다. 행사는 오후 4시인데, 30분 전에 도착했으니까. 카페로 가서 커피로 목을 축였다. 이른 시각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담은 나누고 있었다.

무슨 내용의 정담일까? 영적 전쟁의 무용담? 아니면 신앙생활의 필수 항목인 아카페 사랑 나눔? 이것에 다른 주제를 곁들인 총화일 것이다. 하지만 얼굴들에서는 따뜻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아니다. 분위기가 이상야릇하다. 신묘막측이란 표현이 더 신앙적일 것 같다. 기쁜 것 같기도 하고 또 그 이면엔 슬픔이 자리하고 있고... 곰곰 생각하니 그럴 만도 하다. 추대와 취임의 날 아닌가.

김시영 목사님은 41년 성상을 목양일념으로 달려왔다. 원호교회만 23년, 시련 속에 누린 기쁨은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 목사님의 간증은 한 편의 대하소설이다.

문학소녀 사모님의 정감도 기억해야 하겠다. 그의 사랑 특히 약자 사랑은 휴머니즘을 넘어 하늘에 닿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 따뜻한 마음은 감동과 은혜의 모티브가 될 때가 많다.

순서지도 정갈하다. 글씨체도 그렇고 종이도 고색창연하다. 치리목사인 전영학 목사님이 내용을 잡고 김시영 목사님이 편집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섬세하면서도 온화한 작품은 그의 특장(特長)이다.

오후 4시 정각에 예배가 시작되었다. 1부 예배, 2부 담임목사 취임예식, 3부 원로목사 추대예식, 4부 권면과 축사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빽빽했다. 이런 걸 두고 입추의 여지가 없다고 하는가.

1부 예배는 전영학 치리목사가 집례했다. 지방회 부회장 서병돈 장로의 기도, 지방회 서기 김윤규 목사가 단 6:19-23을 봉독한 뒤 지방회장 이명재 목사가 '사자굴에 던져진 다니엘'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메대(Medes)에서 승리한 다니엘이 그곳 사람들의 모함으로 사자굴에 던져졌지만 생명의 주관자 하나님께서 살려 주셨다. 세상 가치에 기웃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붙들리는 신앙인이 될 것을 권면했다.

구미감찰장 김정성 목사의 취임을 위한 기도로 담임목사 취임 예식이 시작되었다. 집례자가 담임목사를 소개한 뒤, 지방회장 이명재 목사가 부임하는 담임목사로부터 서약을 받았다. 그리고 치리권을 부여하고 공포까지 하였다.

정광철 목사는 "김시영 목사님이 걸어오신 목양일념의 길을 따라 묵묵히 걷겠다"고 말한 후 "당나귀인 제가 원호교회 성도 여러분들을 등에 태우고 주님의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테니까 많이 협조해 달라"고 인사했다. 문무를 겸비한 덕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새 담임목사의 집례로 원로목사 추대예식이 이어졌다. 새빛교회 이종형 목사가 추대를 위한 기도를 했다. 김시영 목사는 학력, 목회 경력, 기타 경력에서 꼭 필요한 곳을 꼭 밟으며 진득하게 감당해 왔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원호교회 김경옥 권사는 울먹이면서 다음과 같은 추대사를 낭독해서 참석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김시영 목사님은 본 교단에서 41년간 근속 시무하셨고, 본 교회에서 23년간 무흠하게 근속 시무하심으로 선한 목자로서 헌신적으로 목회자의 사명을 다하셨습니다. 이에 본 교회에서는 김시영 목사님을 원호교회 원로목사님으로 기쁘게 추대합니다."

지방회장의 공포가 있었고, 이어 감사패 증정의 시간이 이어졌다. 김시영 목사님이 평생 동역자로서 큰 힘이 된 장로님, 교회 땅 문제를 은혜롭게 마무리한 전재준 집사님에게 또 몸이 아플 때 목회 현장을 슬기롭게 보완해 준 정윤미 사모님에게, 아들 김억 목사가 존경하는 부모님에게.

감사가 넘실대는 행사였다. 김시영 목사님은 답사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해온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하면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렸다.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에게서 은퇴의 슬픈 여운이 비쳤다.

격려사와 축사의 시간이다. 태촌교회 심현동 목사님은 격려사에서 원로목사가 된다는 것은 쉬운 것만은 아닌 게 현실인데, 원호교회는 그 일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것을 축하했다. 또 모범적인 지역교회에 담임으로 온 정광철 목사의 향후 사역이 기대된다고 격려했다.

전 총회장 지형은 목사님도 귀한 걸음을 했다. 김시영 목사님과는 신학교 공부를 함께 하면서 호형호제의 관계가 되었고, 정광철 목사와는 성락교회 담임목사와 부목사로 동역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원로목사와 새 담임목사 양쪽을 잘 아는 관계에 있었다. 그는 진행상 보완해야 할 점을 두루 언급함으로써 행사를 더 돋보이게 했다.

경북서지방 목양찬양단는 아름다운 축가로 은퇴하는 분의 노고를 기렸으며 또 새로 오는 분의 목회를 축복했다. 교회 대표 전재준 집사님의 광고에 이어 다 함께 일어나 '선한 능력으로'를 부른 뒤 거창교회 김성철 원로목사님의 축도로 원로목사 추대 및 담임목사 취임 행사의 막을 내렸다.

예배당을 나오는데 인파(?)로 인해 발걸음 뛰기가 힘들 정도였다. 지방회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듯 대부분 교회의 목사님 부부와 장로님들이 참석한 것 같다. 베푼 만큼 거둔다는 말이 떠올랐다. 한겨울인데도 고아읍 원호리 원호교회에 드리워진 하늘이 마냥 따뜻하게 느껴졌다(이명재 목사 記).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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