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대통령의 명절 선물

이명재(본 신물 발행인. Ph. D)

살아가다 보면 인사할 데가 점점 많아진다. 인간 관계가 넓어진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 중 선별해서 가끔 선물을 보내곤 한다. 그 '가끔'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일 때가 많다.

시골 서생인 내가 이러한데 나라를 이끌어 가거나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선물할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마운 마음을 전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설 선물이 화제다. 2만 명이 넘는 사람에게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이 관례처럼 명절 선물을 보냈다. 멸치 어장 아들 김영삼 대통령은 멸치를 선물로 보냈다.

윤 대통령도 '선물' 하면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작년 말엔 농부들에게 수입산 농산물을 선물로 보내 받는 이들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모시는 사람들의 멍한 정신을 지적한 적이 있다.

이번 설 명절 선물도 세간에 말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선물의 내용물도 다양하게 채워진 것 같다. 전국 각지의 농산물을 선택해서 선물 상자를 채웠다고 했다.

떡국 떡, 곱창 김, 황태채, 표고채, 멸치, 홍새우 등으로 선물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모두 국산인 것을 보면 실무진에서 신경을 쓴 것 같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가능성 있는 사람이다.

사실 선물은 값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낸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값을 따진다. 윤 대통령이 보낸 설 선물도 그렇다. 그것에서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받은 그 이튿날 선물이 중고시장에 나왔다. 가격이 30만원. 내용물을 대충 돈으로 환산해 봤더니 그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또 그 며칠 후부터는 가격이 하락, 15만 원까지 내려갔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의 설 선물을 받았다. 모르긴 해도 적이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그는 두 번째 검찰 출두 명령서를 받았다. 설 명절 직후 검찰에 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설 명절에 전국 2만 여 명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병 구고 약 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의 수족이 되다시피 한 검찰이 조사받으란 통보를 해 온 것과 동시에 대통령의 설 선물이다. 두 개의 배치되는 선물을 받은 셈이다.

이 대표는 "마음 써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의 마음이 아니라 실무자의 실수에서 온 설 선물이지 않을까. 명단에 넣고 빼고까지 대통령이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명단 보고 일률적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많다. 이 대표가 거기서 대통령의 마음을 읽어낸 것은 대인답다. 원인이 명확치 않아도 선의의 결과를 가져오면 나쁠 게 없지 않나.

어쨌든 대통령의 이름으로 보냈으니까 이 설 선물이 매개가 되어 여야 협치의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 정치적 실수 내지 미숙이 꽉 막힌 정치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저주와 악담이 아니라 국민은 협치의 정치를 바라고 있다.

약간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 지역에도 명절 선물로 곤혹을 치르는 공무원들이 있다. 구속된 사람도 있고 수사 중인 공무원들도 있다. 수사하는 검경은 시장 선거운동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

또 수사받는 공무원들은 선거와는 관계없이 시정에 도움 준 사람들에 대한 관례적 인사라고 말한다. 선물 전달 대상에는 지지자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여뿐 아니라 야쪽 인사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이 관례적 인사라면 자치단체장의 명절 선물도 관례로 보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비슷한 건을 놓고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것은 기준과 원칙이 아니다. 정의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수사는 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범죄 혐의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우는 절차가 되어야 한다. 따뜻한 법을 많이 이야기한다. '따뜻하다'는 말은 중앙에도 필요하지만 지역 공동체에 더 요구되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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