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염치 있는 사회를 위하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평균의 사람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염치이다. 자신을 알면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이 염치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도 염치 있는 사람이어야 함을 함축하고 있다.

나는 염치 없는 사람을 예외로 취급하고 가급적 상대를 하지 않는다. 요즘 염치없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자기 중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이쯤 되면 사회가 멍들어도 한참 멍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나라의 미래가 극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염치없는 군락(群落)으로 치자면 정치하는 동네도 빠지지 않는다. 요즘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당의 정치지도자연하는 사람들에게 염치를 찾기란 어렵다.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다.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기자니 나라의 장래가 너무나 암담하다. 건강한 국가는 지도자들이 바로 서 있다. 바로 서 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지 않으며 상대를 존중하고 모든 가치가 국민을 위하는 쪽으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특히 정부 여당 인사들을 보라. 사사건건 남 탓이다. 자기들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사과할 줄을 모른다. 10.29 이태원 참사에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있을 것이다. 행안부 장관은 유족과 야당의 거센 사퇴 요구에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사건 해결이 먼저라며 버티고 있다. 실무들만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꼬리 자르기이다.

협치란 구호에 그치고 뒤에서는 온갖 험담을 양산하고 있다. 친윤을 업고 당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물고 늘어지기 선수들이다. 그들의 언행이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막말 경쟁이 정권 보지에 필요하다고 보는 걸까?

정부 여당의 상식을 이탈한 행태에 속으로 쾌재를 부를 만하지만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사회가 병들어 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내년 에 총선이 있고 또 2026년에 지방 선거가 있다. 그 다음 해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할 텐가. 선거를 생각하지 않고 만용을 계속 부릴 작정인가?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상식의 일탈을 일삼는 정당, 역사를 후퇴시키려는 정당, 파시즘을 흉내 내는 정당이 표심을 얻을 수 있을까. 글쎄,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지역당에 의존해서 명맥을 이어나갈 심산이면 모르겠다. 정치란 감정의 발산에서 쾌락을 맛보는 낮은 개념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며 현실을 타개해 가야 하는 고등수학과도 같다. 지금의 여당 지도자연하는 이들이 과연 앞을 보는 눈이 있기나 할까.

선거는 어떤 종류이건 승패로 나뉜다. 이기고 지는 정당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정당이 싹쓸이 하는 일방적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정치학자들은 선거를 51대 49의 게임이라고들 한다. 엇비슷한 결과가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여야가 비슷한 구도를 갖고 상호 경쟁과 견제를 할 때 가능하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로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또 발전 가능성이 있다. 노파심일까. 지금의 정권은 다음 선거를 무시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여론을 잘 살필 줄 알아야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이 여당에서 보이질 않는다. 아니,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쉬 매장당하고 만다. 여기서 생각나는 단어가 ‘염치없음’이다. 즉 몰염치이고 파렴치이다. 염치를 아는 사회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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