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지 므르겠다. 일하러 모였는가 아니면 문제 유발 공작소인가. 대통령실이면 대통령을 위하는 데 전력해도 모자랄 판인데, 수시로 대통령을 문제의 중심에 세워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으니...

가령 어제(12월 16일) 같은 날도 그렇다. 10.29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 영혼들의 49재가 있는 날이었다. 유가족들과 수많은 시민들이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 현장 근처에 모여 슬픔을 되새기며 고인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현 정권과 여당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태원 참사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막연하나마 추측해 보기는 세월호 트라우마가 그들에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쪽 사람들은 공공연히 경계의 말을 하고 있다.

오열하는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2.12.16 nowwego@yna.co.kr

그래도 그렇지, 이태원에서 49재가 치르지는 그 시간 윤 대통령 부부는 안국역 근처에서 개최된 중소·소상공인들의 행사인 ‘윈-윈터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술잔을 사면서 “술 좋아하니 술잔 샀다고 그러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쪽에선 검은색 상복을 입고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붉은색 목도리로 치장한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사람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는 사람들이...

우둔한 대통령 부부는 그렇다고 치자. 가부 판단이 더딘 대통령의 우둔함을 대통령실에서 철저하게 체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설령 슬픔에 함께 해야 할 때 대통령 부부가 그런 곳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라도 설득해서 말려야 했다.

대통령 부부의 언행으로 인해 여론이 들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것은 대통령실에서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의 '이 XX', '쪽팔려서' 발언, 영국 여왕 조문 때의 해퍼닝, 미얀마에서의 심장병 소년 가정 방문 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16일 오후 중소기업·소상공인 상품 판촉 행사인 '한겨울의 동행축제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 영혼들의 49재 때, 그곳에 참석은 안 할 망정, 이웃해 있는 중소·소상공인 페스티벌에 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점등하고 또 술잔을 사면서 함박웃음을 터뜨려야 했을까?

대통령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대통령 위에 국민이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을 보지 못하고 대통령 부부만 바라보고 일을 하니까 대통령실의 실수가 반복되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밖에 없다. 미련한 대통령에는 지혜로운 비서들이 필요하다. 둘 다 미련하면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이런 증상이 지금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공의와 원칙을 국민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비롯해 소위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다.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잣대는 우습지 않은가. 지금 정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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