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詩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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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를 불며

지하철을 떠돌던 한 시각장애인이

종각역에 내려

흰색 지팡이를 탁탁 두드리며 길을

걷는다

조계사 앞길엔 젊은 스님들이

플라타너스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

이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분주히 행인들에게 팥죽을 나누어준

다

교복을 입은 키 작은 한 여고생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그냥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의 손을 이끌고

팥죽을 얻어와 건넨다

나도 그분 곁에 서서

팥죽 한 그릇 얻어 먹는다

곧 함박눈이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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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마지막'하면 좀 쓸쓸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시 한 편을 소환했습니다. 정호승의 시입니다. 갖은 낱말을 동원해서 나열해도 시같지 않은 시가 있는가 하면 대충 그려 놓아도 시가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후자의 대표적 시인이 정호승입니다. 쉬은 단어를 가져와 시를 쉽게 쓴다는 말이 되겠지요. 소환된 시는 정호승의 '12월'입니다. 시의 제목이 '12월'인 것을 보면 정 시인도 이별의 서운함에 생각이 닿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시에서 정호승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종교간의 교류이고 다른 하나는 약자에 대한 사랑입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젊은 스님들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선행을 베풉니다. 팥죽을 끓여 행인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지요? 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교복 입은 여고생을 등장시켜 지나가던 시각장애인에게 팥죽을 건넵니다.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입니다. 추운 겨울, 이웃을 돌아보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습니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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