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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하나세상 인권영화제.... '니얼굴'을 관람하고 떠오른 몇 가지 편린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22.11.23 13:05

이 세상에서 장애에 무관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내 가족 중 장애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을 넘어 친지 또는 친구 중 장애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내가 장애인이 될 가능성에 늘 노출되어 있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약 15%를 장애인으로 보고 있고 많게는 20% 가까이 장애 인구로 잡고 있습니다(등록 장애인 수는 6%). 장애인이 극소수의 특수 상황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전체 인구의 1/5이 장애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복지 및 자활 정책은 아직 수준이 낮은 단계에 있습니다. 복지정책으로 국가 수준을 가늠하는 국제적 흐름으로 볼 때 더욱 분발해야 할 우리나라라 하겠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기울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장애는 흉이 아니라 삶에 조금 불편할 따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정은혜 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니얼굴'입니다. 다큐의 성격을 갖고 있는 이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이유가 뭘지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 나름대로 몇 가지로 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장애인의 자기 계발 측면입니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주인공 은혜 씨가 "난 할 수 없어"라는 사고에 지배당하고 있었다면 작가도 영화배우도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은혜 씨는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림을 택했고 그것을 인정받으니 배우가 되었습니다. 신데렐라 지향의 예술 장르에는 장애인이 낄 틈이 없습니다. 그것이 예술의 전부가 아니라 장애인이 차지하는 1/5(20%)의 삶 속에서 진실을 노래하는 것은 의미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복잡다기한 사회에서 경쟁으로 앞지르기는 장애인에게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쟁이 아닌 개성과 독특함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영역에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예술도 그런 영역에 속할 것입니다.

예술은 한(恨)과 감수성과 사랑의 결합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단어로 빚어내는 예술 작품에 장애인만큼 적격자도 없을 것입니다. 셰계예술사에서 만날 수 있는 뛰어난 예술가들 중 장애인이 적지 않은 이유도 이런 데 있습니다.

영화 제목 '니얼굴'도 역설적 상징성이 담겨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은혜 씨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나서부터 얼굴에 대한 컴플렉스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내가 왜 이런 얼굴을 갖게 되었을까?' 그는 다른 사람 얼굴을 그림으로써 그것을 해소했습니다.

예술은 일반 사람들로부터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은혜 씨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도 노력 여하에 따라 삶의 여건을 주체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은혜 씨는 그것을 그림과 연기로 꽃 피웠지만 다른 분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은혜 작가의 '니얼굴'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준 것은 '꾸밈없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혜 씨 자신이 스스로를 꾸미지 않습니다. 다운증후군의 얼굴을 꾸미지 않고 뚱뚱한 몸매도 감추지 않습니다. 대사 중간중간 나오는 비속어도 생활상 그대로입니다. 심지어는 대본에 얽매이지 않는 대화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영화는 '꾸밈'의 예술 장르입니다. 주인공의 짙은 화장에 무대를 꾸미고 플롯을 전개합니다. 얼마나 잘 꾸미고 잘 감추었느냐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합니다. 하지만 '니얼굴'은 그것에 대해 거부의 깃발을 분명히 들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지금 우리는 우상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BTS 공연에 수십만 명이 몰려 환호하는 모습을 봅니다. 다른 한 편 일반화의 흐름을 좋아하는 일군의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내가 주인공이 되고 내 이웃이 조연이 되는...

'니얼굴'이 그렇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다운증후군의 은혜 씨 빼고는 모두 지나가는 객들이 조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큐의 성격이 배여 있다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하는 말입니다. 영화는 픽션 예술인데 '니얼굴'은 이것을 최소화합니다. 이것이 이 영화를 살리는 에너지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 영화를 통해 주인공 은혜 씨가 장애인 중에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전도사로 자리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10m 점프보다는 열 사람의 1m 점프를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장애인의 공동체 의식이니까요.

이런 영화를 소개하고 관계자들을 초청해 관람 후 이야기 나눔(토크) 자리까지 마련한 주최 측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 박선하 도의원은 도의회 회기 중임에도 급하게 달려와 도의 장애인 정책과 현실을 시의적절하게 알려주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동은 거창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한 영화였어요. 감사합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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