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청년 156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많은 사람들이 이러하지 않을까요? 젊은 청년들의 희생 앞에 우울함과 슬픔이 몰려옵니다. 요즘은 밥맛까지 멀리 달아나는군요. 제 아이 셋이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청년들이어서 이태원 참사 염려로 여러 곳에서 걸려온 안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무고한데, 156명의 희생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희생자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접할 때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전해 듣는 이가 이런데 아이 잃은 부모님들의 심정은 오죽할까요. 자라나는 세대를 지켜 주지 못한 기성세대로서 회한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권력 쥔 자들은 면피성 도망갈 구멍 찾기에 바쁩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죽어간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겁니까. 인재라고 할 수 있는 큰 참사 뒤에 책임지는 사람이 왜 없는 것입니까.

고작 한다는 소리가 지금은 추궁할 때가 아니라 조용히 추도할 때랍니다. 정쟁할 때가 아니라 슬퍼할 때라고 말합니다.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정권 담당자들이 할 말이 아닙니다. 분노의 슬픔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지는 않을까요.

희생자를 사망자로, 참사를 사고로....?

갈수록 왜소화되어 가는 정권을 봅니다. 이런다고 참사가 묻힌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행안부는 공문을 통해 156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참사'가 아닌 '사고'로 또 이곳에서의 꽃다운 죽음을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표현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각 자치단체는 분향소 명칭을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참사'가 아닌 '사고'로 단어를 조합해 붙인 것을 봅니다. 이것은 참사를 당한 젊은 영혼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슬픔에 젖어 있는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아닙니다.

억울한 죽음 앞엔 예를 다 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입니다. 이런 요청이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둔함의 극치를 봅니다. 이렇게 하면 156명의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집권 여당이 보이는 이와 같은 행태는 '우리가 잘못한 게 도대체 뭔데?'라는 억지 소리로 들립니다. 그날 이태원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의 잘못이랍니다. 언론의 부추긴 결과랍니다. 경찰이 전임 정부와 밀착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부아를 지릅니다.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권력 쥔 자들

되돌아보자구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이어졌지만 ‘참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보수 정권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때의 천안함 사건, 박근혜 때의 세월호 사건 그리고 현 정권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반성이 없습니다. 사과할 줄 모릅니다. 도리어 희생자 유가족에게, 언론과 야당에게, 지난 정권에게 덮어씌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을 해방정국 때쯤의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보는 그들의 시각이 그렇습니다. 정권 안에도 오래 정치한 사람이 없지 않을 텐데 상황 인식이 이렇게도 무딜까요.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희생자 탓으로 돌립니다.

높은 데 앉아 있는 사람은 몸 사리고 아랫사람들을 제물 삼으려 합니다. 이른바 꼬리 자르기입니다. 한두 번 보아온 게 아니지요.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극우 언론들은 지금의 상황을 진영논리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 합니다.

양의 탈을 쓴 목사, 이태원 참사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애먼 용산경찰서장을 갖고 '문의 사람'이니 '호남 출신'이니 하면서 매도하기 바쁩니다. 그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키웠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위기의 늪에서 헤어나고 싶겠지요.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를 정치꾼 또는 사업가라고 불렀습니다. 목회자의 이름을 참칭한.... 가까이 지내는 한 목사님은 일언지하에 그를 양의 탈을 쓴 사단이라고 단정하더군요. 그 양의 탈을 쓴 이가 이번 이태원 참사에 가만히 있을 리 없겠지요.

그는 이태원 참사를 북한의 조종을 받은 사람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하더군요. 예의 그 색깔 논쟁입니다. 이것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지요. 정권 바뀌고 가장 수지맞은 이로 이 이가 꼽힙니다. 사회의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지 않습니까.

재개발 지역에 갖고 있던 교회 보상비로 80여 억이 책정되었고 법원의 판결도 그렇게 나왔었지요. 그 치는 신자들을 동원해서 화염병ㆍ똥물로 극한 저항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정권이 보수 쪽으로 넘어가자마자 500억 넘는 보상비를 받아 냈습니다.

이것을 '독생자'(?)인 자기 아들에게 고스란히 넘긴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신자 아무도 이의 제기하는 사람 없이 아멘!으로 화답했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과연 어느 시대 집단인지 의아해요. 세상에 기독교의 가치를 악마화해 하나님 얼굴에 먹칠하는 자들이지요.

저급하고 미련한 사태 인식, 빨리 벗어던져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표현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지금 정권 쥔 자들이 지껄이는 말을 보면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의 마음이 전혀 읽혀지지 않습니다.

또 거기 호가호위(狐假虎威)해 한술 더 뜨는 극우 언론과 유튜버들의 광기를 봅니다. 그들을 과연 사회를 맑고 밝게 만드는 공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사회에 암적 존재로 기생하고 있을 뿐입니다.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참사가 아닌 사고로, '근조' 글자를 지운 무문(無文) 흑색 리본으로... 이렇게 한다고 정녕 문제가 축소되고 덮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적은 착각이 아닙니다.. 저급하고 미련한 참사 수습 행태는 빨리 벗어던질수록 좋지 않을까요?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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