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청담동 심야 술자리의 진실은?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술에 얽힌 에피소드는 인간의 역사만큼 그 연륜이 길다. 어떤 때는 웃음거리로 또 어떤 때는 생활의 경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술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술과는 '불가근 불가원(不可近不可遠)의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도 많이 마시지 말고 또 실수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얼마 전, 국감장에서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한 야당 국회의원이 법무부 장관에게 물었다. 모년 모월 모시 심야에 음악 연주자를 불러놓고 술자리를 가졌느냐고. 예, 아니오로 간단하게 답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법무장관은 격하게 반응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처럼 보는 이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과민 반응이었다. 이 술자리엔 두주불사를 자랑하는(?) 대통령과 신상류계급으로 일컫는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 함께 했다고 한다.

이 심야 술자리는 보수단체 대표를 지낸 사람이 주선했다는 전문이다. 한 진보적 유튜버 방송 기자가 그 보수단체 대표에게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한 통화 내용까지 확보했다고 하니 팩트일 가능성이 많다.

그 자리에 악사로 불려갔던 사람의 오빠는 현장에 있었던 동생(첼리스트)에게 들은 바 자세한 내용까지 첨언해 사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중가요 '동백 아가씨'를, 법무장관은 윤도현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이 국감기간 중 국회의원 김의겸에게 제보된 것 같다. 국감장에서 김 의원이 이런 사실이 있었느냐고 법무장관에게 질문했다. 법무장관은 평소 그답지 않게 격한 자세로 대응했다.

'나의 모든 직을 걸 테니, 당신도 직을 걸고 한 번 붙어보자'는 식의 반응이었다. 보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대응이었다. 예, 아니요로 간단하게 넘어갈 일을 가지고 문제를 크게 확대시키는 이유가 뭘까.

한 법무장관은 지금 왕장관이라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을 수 없다. 심야 술자리 질문에 그가 보인 격한 반응이 매스컴을 크게 탔다.

이 문제의 진위 여부는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말았다. 나와 같은 시골 서생도 사실 여부에 마음이 끌리는데 다른 사람은 오죽하랴 싶다. 확전에 법무장관이 불을 붙여놓고 시침떼고 앉아 있는 격이라고나 할까. 야당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점잖게 타이른다.

급기야 오늘 대통령도 도어스테핑 시간에 이 문제에 대해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이고, 이런 문제 제기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국격 추락에 대해 다각도로 원인을 따져볼 때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통령이 법무장관의 격한 반응에 대해 엄호사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당일 밤 동선만 파악해보면 팩트는 의외로 쉽게 드러날 수 있다. 정치적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필요하다.

여기서 두 가지 정도를 지적해 두고 싶다. 대통령이 심야 술자리를 부인했다고 해서 있었던 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없던 것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진실은 늘 그대로 존재한다.

권위주위가 국민을 옭아매고 있었던 시절에는 권력의 힘으로 사실을 충분히 왜곡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비상식적 일들이 버젓이 저질러졌다. 억울한 희생자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또 다른 하나는 대통령의 엄호사격에서 한 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데, 그는 그런 술자리가 있었다 없었다가 아니라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수준' 식으로 애매하게 답하고 있는 점이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검사인 대통령이 혹 술자리가 사실로 드러날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이것은 검사 특히 특수부 검사들의 주된 특징 중 하나다.

지난 번 뉴욕에서 한 저급한 발언 속에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긴 전력을 기억한다. 이에 비춰 볼 때, 청담동 술자리가 없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그의 말에 신뢰가 덜 가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한 말, 국격 떨어진다 운운은 국회의원의 국감장 질문에서 찾을 것이 아니다. 도리어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국제 관계에서 국가 주체성을 자주 따지며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약한 나라라고 해도 바른 주체성에 곧은 정신이 살아있으면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남북 관계에 있어서 원칙 없는 강경기조와 강대국 앞에서의 저자세는 굴종 그 자체 아닌가.

보수가 능한 것은 싸움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그들이 주도하는 자리엔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 뒤집어 말하면 평화와 안정이 발 붙일 틈이 없다는 말이 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의 극한 이원적 대립 구도가 그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흘러갈지 저어된다. 그날 밤 술자리 건을 확전시킨 사람은 법무장관이다. 그래놓고 더불어민주당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점잖게 훈수한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나 여유작작이다.

그 날 '심야 술자리' 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으니 법의 판단이 멀지 않아 나올 것이다. 원칙과 평등 그리고 공의는 결코 국민에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검경이 보여주어야 할 때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