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늦은 오후에 가볼 만한 곳을 검색했다. 한라수목원이 선택되었다. 8.3km 거리로 30분이 걸려 도착했다. 낯설지 않다. 10년 전 겨울 패키지로 왔을 때 들렸던 곳이다.

가이드가 40여 분 시간을 주면서 둘러보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 전에도 와본 것 같다. 무료입장이 마음에 들었다. 주차요금 징수원은 퇴근을 한 것 같다. 한라수목원 종합안내도를 보니 제법 넓었다.

그때와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았다. 한라수목원은 1993년 12월 20일에 개원했다. 제주도 자생식물의 유전자원 보존과 관찰을 위한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지 면적이 약 15만 ㎡이다. 872종 5만여 본이 식재 전시되어 있다. 전국에서 제일 멋진 수목원이라고 한다. 정상까지 1.7km 산책로가 잘 되엉 있다. 나무와 꽃을 보면서 천천히 걸었다.

습하고 더웠지만 숲속의 공기가 맑고 깨끗했다. 수목원 근처에 사는 사람은 산책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잘 느낄 것이다. 난 자생 온실에 들어갔다. 통풍이 잘 되어 많이 덥지는 않았다.

천지연에서만 산다는 죽절초를 비롯한 희귀식물들을 보았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숲이다. 대나무를 보면 절개가 생각나는 것은 학습의 영향인 것 같다.

까마귀가 무리 지어 앉아 있다. 덩치가 제법 크다. 까마귀가 있다는 것은 공기가 깨끗하다는 방증이다. 일본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일본풍의 다리가 생뚱맞았다.

노루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며 앉아 있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사진 찍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가까기 다가갔다. 앞발을 오므리며 여차하면 뛰어나갈 폼을 하고 있다.

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노루가 진장하고 있다.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편안하게 쉬려무나’ 조용하게 두 걸음으로 나왔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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