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고등학생과 맞장뜨겠다는 문체부

자신 없는 정부니 그러려니 한다. 속 좁은 행동으로 치면 이것보다 더한 것도 능히 할 사람들이다. 한 고등학생이 만화축제 공모전에 낸 작품을 갖고 비상식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올해로 25회째를 맞이하니까 꽤 성공한 지역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만화에 재능이 있는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이 이 축제의 공모전에 출품해서 상을 받고 싶어 한다.

축제의 가치와 효용성을 인정받아 문체부로부터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카툰을 출품해 금상을 받은 고등학생의 작품을 문체부가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윤석열차'이다. 언어조합부터 기발하다. '윤+석열차', ‘윤석열+차’, '윤석+열차'....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내세운 열차를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사람이 조종하고 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공모전에 출품해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는 고등학생의 작품이다(사진=연합뉴스)

그 뒤 객실에는 법복을 입은 사람(검사)들이 칼을 휘두르고 있고, 열차 앞의 시민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이 정치적 주제를 다루었다고 해서 문체부가 발끈한 것이다.

문체부가 알아야 할 것이 몇 개 있다. 먼저, 이 작품은 카툰이라는 것이다. 카툰은 풍자성이 강하다. 그리고 그 대상도 다양하다. 권력 가진 자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카툰의 주 소재이다.

둘째, 카툰도 엄연히 예술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을 문제 삼아 겁박하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창작 활동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도가 낮은 국가라는 말밖에 안 된다.

셋째, 이 고등학생 작가의 작품 '윤석열차'는 허황되고 가공된 것이 아니라 여론에 근거해 창작한 것이기 때문에 권력으로 징치할 일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또 지금 국민은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의 마음을 갖고 있다. 없는 죄도 만들고 지은 죄도 덮어주는 검찰의 오랜 관행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아래에서 만개하고 있다. 이 고등학생 작가는 작품에서 이 점을 명쾌하게 짚고 있다.

넷째, 무엇보다도 작가는 지금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하나를 가지고 난리법석을 떠는 문체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설령 공안기관에서 문제를 삼는다 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변호해 줄 입장에 있어야 할 부처다.

그런데 공모전에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에 상을 주었다는 이유로 문체부 후원 취소를 검토하겠단다. 치졸하고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이런 것이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위하는 길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뜨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마치 정부의 한 부처인 문체부가 고등학생과 맞장뜨겠다는 모습으로 비쳐 무척 민망하다. 자신 있는 정권은 이런 일은 웃어넘긴다. 오히려 어린 작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한다. 자신 없는 정권이어서 그 반대 행동을 보이는 건가?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