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해인, Ph. D)

대화가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화는 없고 투쟁만 있는 저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 대국 넘버 10의 국가인데 무슨 소리냐고 되물을 사람이 없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정치는 정치대로 서바이블 게임을 하고 있다. '너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된다'는 식이다. 살벌하기 짝이 없다. 정치란 온기를 피우는 기제인데 기대 난망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가 횡행하고 있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거짓으로 포장하기에 바쁘다. 거짓은 거짓을 낳게 되는 법! 같은 블럭 내에서도 엇박자가 심하게 노출되어 안쓰러움을 더한다.

정치하는 동네가 이러니 국민도 마찬가지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 극심하다. 집단 히스테리에 걸린 듯하다. 왜들 이럴까?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이 떠오른다. 그건 해피 엔딩으로나 끝나지만.

나라 꼴이 엉망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가치 혼란 현상이 난무한다. 미국의 속국이라도 바라는 것처럼 한미혈맹을 강조한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미국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으려고 발버둥친다. 

북한은 같은 민족의 한 쪽,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에겐 적 중에서는 제일 큰 적으로 자리한다. 궤멸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죽게 된다는 식이다. 세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데, 6.25 직후의 냉전논리에 갇혀 있다.

친일이면 어떠냐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괴성을 질러댄다. 일베류의 주장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그야말로 철면피(鐵面皮)다. 그들과 다른 주장에는 '빨갱이'라는 주홍 글씨로 덧칠을 해댄다.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르는 이들의 발호(跋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조화시켜 아름답게 만드는 일 아닌가. 야당의 주장을 좌파시해 배척하는 것은 파시즘적 사고이다.

자격 미달의 사람이 대통령 된 탓이 크다. 대통령의 일거일동을 국민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유아 보듯 해야 하니 도대체 이게 정상인가. 정치지향을 떠나 대통령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화에서 욕을 다반사로 섞어서 하는 대통령,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거짓 변명에 능한 대통령, 직무의 경중을 가리지 못해서 국민에게 해악을 끼치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민도에 맞지 않는다.

더 참담한 것은 이런 대통령을 제어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윤비어천가를 불러대는 사람들만 대통령 주위에 우글거린다. 이성이 마비된 집단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정치적 아노미 현상이다.

대통령 부인을 놓고 볼 때도 그렇다. 피눈물 흘리며 살아가는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옷, 구두, 패물 등의 패션으로 국민 앞에 서는 사람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곧잘 오른다. 도대체 될 일인가.

그가 썼다는 허접한 박사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애니타’개발과 시장 적용을 중심으로>는 점괘의 과학적 활용이라는데, 이것도 표절의 혐의가 많아 물의를 빚고 있다. 

청와대 사용을 피한 것,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공관으로 쓰는 것, 영 여왕 시신 앞에서의 조문 피할 것, 외유 일자와 시간 등등이 스승(무속인)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속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받들고 섬겨야 하는 제1 공복이다. 그럼에도 군림하려는 대통령과 측근들의 행태는 여기서 멀리 동떨어져 있다. 국민을 개ㆍ돼지로 보지 않고서야 지금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

나라가 혼란의 늪으로 더 빠지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극우적 사고를 갖고 있으면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야당과 싸우려는 정치인과 관료들을 추려내야 한다. 지금 정권은 그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행정부, 검찰, 감사원 일부 인사들의 언행은 마치 유신시대의 그것을 보는 것 같다. 정치지도자가 돼 보겠다고 날뛰는 여당 정치인들도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일색이다.

이들을 추려낸 뒤 야당과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국 경색의 책임은 정부 여당에 더 크게 귀결된다. 문제를 푸는 열쇠는 윤 정권이 갖고 있다는 말이다.

집권 반 년도 안 되어 정권의 리더십이 이렇게 흔들린 적이 없다. 골빈 어느 정치인은 지금의 상황을 이명박 정권 초기 광우병 사태와 견주어 말했다. 방송국과 야당의 권언유착이란다. 비뚤어진 인식이다.

수입 소로 인한 광우병 촛불은 단초(端初)를 미국에서 제공했다. 지금은 모든 게 윤석열 정권 자체에 기인한다. 국정 난맥상의 탓을 언론과 국민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정권의 점검과 반성이 따라야 한다.

국민은 거창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정치권이 싸우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기쁨과 희망을 제시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없이 살아도 평화를 원하고 다소 불편해도 공생 공영의 날이 온다면 거기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국민은 이런 정치를 원한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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