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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隨想)] 반세기 만에 만난 친구 & 선배의 이사
이명재 | 승인 2022.10.02 18:17

반세기 만에 만난 친구, 고교 동기 김은창

반 세기만에 만난 친구... 정확히 햇수로는 48년만이다. 고등학교 친구 김은창을 만났다. 선배 편남영 형의 이사를 돕기 위해 우리 교회에 들른 것이다. 세상을 헤쳐나온 이력으로 옛 모습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친구와 이사?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편남영 형이 근 1년 김천에서 일을 했다. 율곡동 한 초등학교 증축공사에 감리 책임자로 있었다. 일을 마치고 가면서 오피스텔에서 쓰던 생활 도구를 교회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

두 번 다시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생활 도구들을 버리다시피 하고 상경했는데 다시 사용해야 할 일이 생겼다. 김천과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같은 경북의 포항 한 기념관 신축공사에 감리의 일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기는 10개월 정도.

포항 건축현장 감리 책임자로 내려오는 선배

부랴부랴 포항에 소형 아파트를 구했다. 거기 채울 생활 도구로 교회에 보관 중인 짐을 그곳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친구 김은창은 그러니까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러 함께 온 것이다. 친구를 이렇게도 만나게 해 주시는구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긴 기간 공부를 했다. 그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의 관계가 가장 가까운 이유는 뭘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위 사람들의 경우도 비슷했다. 나 나름대로 이유를 따져 보니 잡히는 게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은 아이의 단계를 벗어나는 단계이다. 청소년기이다. 성인이 되면 이해타산이 관계에 작용하게 된다. 의식하지 않지만 그렇게 흐르는 경우가 많다. 생각의 능력은 성인에 가깝지만 동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은 때, 우정이 오래 갈 수밖에 없다.

50여 년의 역정에 옛 모습은 사라지고....

그런 친구를 만난 것이다. 고등학교 동기 김은창을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그와 편남영 형과의 인연은 오래이고 거기에 비례해서 관계도 깊다고 했다. 같은 동네 선후배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선친들도 친구였다는 말을 들었다.

고등학교를 중동으로 선택한 것도 형의 상세한 안내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물론 잘 한 선택이었고. 중동고 산악부 터줏대감인 편남영 선배의 권유로 산악부 활동도 했다. 그것을 고리로 한 산행은 지금까지 연면히 이어지고 있다.

김은창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테니스 탁구 심지어 골프까지 프로 수준급이다. 몸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게 부러웠다. 연약하게 비치기까지 했지만 날렵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짐을 옮기기에 적당한 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톤 터럭은 왜 끌고 왔어?

그날 형은 서울에서 1톤 트럭을 몰고 왔다. 빌린 것이다. 생활 도구 운반하는데 무슨 트럭이며 더욱이 돕는 일꾼이 왜 필요한가 의아해할 사람이 없지 않을 것 같다. 가재도구로 생각하고 택배로 보내는 것이 경비도 적게 들고 편하지 않겠느냐고... 일반적 생각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이 형이 오피스텔에서 쓰던 침대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자기도 함께 데려가 달라도 한다. 척추가 약해 침대 생활이 몸에 익은 형도 여건만 된다면 침대를 갖고 가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트럭이 한 대 필요하다.

트럭을 끌고 친구와 함께 내려온 이유는 또 있다. 생활 도구로써 필수품에 해당하는 냉장고를 한 대 장만해야만 한다. 1년 이내 한시적으로 사용할 것이니까 새것이 아니어도 된다. 중고면 충분하다. 김천에서 중고를 매입해서 트럭에 실고 가겠다는 것이다.

염려의 끝에 저렴하게 구입한 중고 냉장고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 무거운 것을 포항에서 사지 왜 김천에서 실고 가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내 말이 당연히 순리라고 생각하면서... 형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지난 태풍으로 포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물난리로 차량과 생활도구가 적지 않게 물에 잠겼다.

그런 물건들이 중고시장에 대량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게 걸려 낭패를 당하느니 힘은 좀 들더라도 김천에서 구입해 가는 것이 났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염려의 결과 사서 얼마 쓰지 않은 냉장고를 하나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었다.

떠날 차비를 다 한 뒤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가까운 음식점에서 할까 하다가 김천 방문이 처음이라는 친구의 말에 시내를 구경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시가지가 신구로 확연히 나뉘어 있는 도시 여건상 혁신도시까지 돌아볼 계획을 잡았다.

김천시내 구경하고 혁신도시에서 점심식사.... 그런데 대기표라니!

혁신도시 돌아보는 길에 그곳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시내를 관통해 음식점에 닿으니 시각이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음식점으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대기표를 받은 뒤 순서를 기다려야만 했다. 20분쯤... 순서가 되어 자리를 잡고 우리는 산채돌솥비빔밥을 주문했다. 음식을 들면서 우리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소재로 반세기 전으로 과거 여행을 떠났다. 이럴 땐 과거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친구들 이야기 속에 개미, 독사, 샌님 등 선생님들의 별명 얘기가 끼어들 때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신이 났다. 모처럼 청소년기의 끼가 발동했다고나 할까. 맞장구를 치며 대화하다 보니 시침이 오후 2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식사 값은 이삿짐 보관한 삯으로

"오늘 식사 값은 내가 낼게. 그동안 이삿짐 보관한 삯(?)으로..."

호방하게 웃으며 편남영 형이 계산대로 갔다. 포항 가서도 할 일이 많다. 사다리차를 불러 아파트 6층까지 물건을 들여야 한다. 김은창 동기에게 마무리를 부탁하며 우린 헤어졌다. 반세기 만에 만난 친구와 헤어지면서 서울 가면 꼭 연락하겠다고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김천 맛집 넘버1인 혁신도시 소재 '한식점 시월'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입구 의자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오른쪽부터 편남영, 김은창, 이명재)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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