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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네이선 로빈슨 지음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곽송연(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
취재부 | 승인 2022.10.01 22:01
네이선 로빈슨 지음, 안규남 옮김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동녘, 2021년 12월 출판)

자본주의의 심장부, 미국 MZ 세대의 사회주의 선언

“나는 가난과 부가 이해되지 않았다. …… 나는 봤다. 플로리다에서 내 고향 마을 사람들이 화려한 침실이 7개인 맥맨션에 사는 동안 노숙자 쉼터에는 침대가 부족한 것을. …… 나는 봤다. 병원이 얼음 팩과 붕대 대금으로 5000달러를 청구하고 2층 침대 사용료로 한 달에 1200달러나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보고서를. 나는 왜 사람들이 이 모든 것에 분노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46∼47쪽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은 스스로를 미국 좌파 사회주의자로 규정하는 네이선 로빈슨의 2019년 최근작 『Why you should be a socialist?』를 국역한 책이다. 그는 학자금 대출만 15만 달러가 쌓여있던 사회학 박사과정 시절인 2015년 정치잡지 <커런트어페어스>를 창간해 행동하는 사회주의자의 대열에 들어섰으며, 현재 미국 내 유수의 전국 정치잡지와 경쟁하는 자타공인 전문 저널의 대표이자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1만 6천 달러의 크라우드 펀딩과 개인 컴퓨터에 설치된 상용 편집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인 그의 잡지가 급성장하게 된 계기는 2006년 2월 민주당이 샌더스가 아닌 클린턴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트럼프의 당선을 안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그의 칼럼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결과적으로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되었고, 사람들의 이목은 물론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이다. 그러나 냉전의 발상지 미국에서 과거 철천지원수의 가치를 드러내놓고 옹호하는 사회주의의 깃발은 아무래도 낯설다. 게다가 낡은 군복의 유격대 시절을 그리워하는 초로의 망명자 신세도 아닌 본토 출신 젊은이의 불온한 선동이라니.

섣부른 우려를 미리 읽은 듯 저자의 설득은 가치체계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기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가 이해하는 사회주의는 지구 저편 세계에서 인민의 자유를 거대한 수용소에 가둬버렸던 스탈린의 환영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극도로 자유주의적이다. 권위주의에 반대하고 빈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극소수에 집중된 부의 소유자들이 우리의 삶을 통제하는 것을 폭로하기에.

다만 이 시대의 핵심적 가치를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에 둔다는 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진정한 사회주의자’이며, 앞서 나열한 가치들에 동의한다면 당신도 나도 그리하여 우리는 ‘사회주의자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이제 그만 인정하라고 넌지시 조언한다. 게다가 그가 제시하는 사회주의자의 당면 과제는 끔찍한 사고로 급박하게 구급차를 불러도 비용 걱정하지 않는 의료보험, 해고의 위협 없이 출산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천문학적인 빚더미에서 출발해야 하는 사회생활의 탈출에 필요한 구명조끼 같은 것들이다.

이쯤 되면 그는 사회주의자의 가면을 쓴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배회하기 시작한다. 네이선이 밝히는 유토피아는 오랜 기간 더 나은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이었으며 북구 유럽에 실존하는 사회민주주의적 질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니 굳이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그의 이상향은 신자유주의가 북반구를 강타하기 이전의 미국 혹은 서유럽 사회에서 대부분 구현되었던 역사적 실체였다. 그가 재수 없다 조롱하는 자유주의는 기실 20세기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와의 더 깊은 결속을 통해 사회주의를 판정패시킬 수 있었다.

자유주의의 포용성과 확장성이 그 신봉자들의 생존보증서였다. 풍요로운 물질, 부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결국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의 창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인권의 확장과 연대의 확신, 그리고 아메리카 제국의 이데올로기적인 자부심의 근간이자 여유였다. 이렇게 보면 그가 안내하는 사회주의로의 항로는 신천지를 항해하는 나침반에 기댄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과거의 길에 대한 향수이거나 그 옛날 실크로드 어느 참에 자리했다가 불현듯 폐쇄된 역참의 부활에 불과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 역시 인류의 악몽이라 정 조준한 신자유주의 세상이 좌파 사회주의 세대를 키운 양수였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밀레니얼 세대라 쓰고 신자유주의 세대라 외친다. 생동하는 민주주의로의 더 깊은 몰입만이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복음서이자 진리인 것.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그리고 “길이 보이지 않아도 어떻게든 해내라.”는 동 세대 이방인의 주문에 공감해 마지않을 우리 젊은이들의 영혼이 겹친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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