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전투 모드로 일관하는 정권.... 집권 자격 없다.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평화와 화해 그리고 안녕,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겉으론 평화를 말하고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안녕을 기원하지만 속으로는 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건 단체나 집단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치하는 동네가 그렇다. 정치(政治)는 정치(正治)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작금의 여야 관계를 볼 때, 평화는 커녕 분쟁으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국회의원 의석수는 다소 뒤진다고 해도 국힘당은 명색이 여당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다. 정치가 꼬였을 때 푸는 역할을 앞서서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싸움꾼만 보이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윤 정권과 지금의 여당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 같다. 출범한 지 4개월여가 지났는데 벌써 비대위만 두 번이다. 이런 경우는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위원들의 면면을 볼 때 기대할 게 없다.

1기 비대위와 마찬가지로 2기 위원들도 야당과 대화가 될 만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친윤 일색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친윤 한 사람을 빼고 급히 다른 사람을 집어넣었을까.

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비대위라고 할 때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금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를 밑돌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그런데 친윤 비대위? 정치를 몰라도 너무나 모른다. 윤 대통령은 그렇다 치자. 정치 신인이니까. 정치를 알 만한 사람들이 없진 않을 텐데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 나서서 득 될 게 없다는 것일까.

정치는 여야 관계가 좋을 때 활발하게 전개된다. 당연지사다. 국민을 위한 정책도 이럴 때 많이 생산된다.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야당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실 제1정무 비서관이다.

대통령실 제1정무비서관으로 임명된 전희경(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여야를 오가며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제1 정무비서관에 전희경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시대착오적이자 상대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전희경을 야당은 불통 여전사(?)로 생각한다.

‘불통 여전사’ 좀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같지만 따져보면 일리 있는 평가다. 그녀는 박근혜 시절 국정교과서 파동 때 이름을 알렸다. 지금의 역사 교과서가 좌경화되었다며 모조리 국정화해서 좌경의 색채를 지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녔다.

이런 주장은 역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무리한 주장이요 역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시 자한당 의원들이 모인 한 자리에서 이런 주장을 모아 전희경은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극우 성향의 김무성은 강의가 끝나자 그녀를 교과서 국정화의 영웅이라고 치켜 세웠다. 전국을 다니며 이 사실을 널리 알려 달라고도 했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전희경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었다.

전희경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더 가관이었다. 마치 자신이 정의와 양심의 척도라도 되는 양 세 치 혀로 국회의사당을 헤집고 다녔다. 상대방의 말은 아예 듣질 않았다. 그때 붙여진 별명이 '불통'이다.

그도 따지고 보면 허점이 많은 사람 아닌가. 대표적인 게 이화여대 대학원 석사 논문 표절이다. 표절은 지식을 도적질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인용 표시도 없이 자기 것인 양 사용하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가 따라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 대야 담당 대통령실 제1 정무비서관은 야당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임명해왔다. 싸움꾼이 아니라 대화와 화합형 인사를 적임자로 꼽는다. '당이 하는 짓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되지...' 전희경은 여기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공격할 땐 얼마나 신났겠는가. 공격했던 화살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부메랑 현상이라고 한다. 지혜 있는 자들은 멀리 내다보고 신중하게 처신한다. 정치에 있어서도 이런 사람이 주위로부터 인정받는다.

윤석열 정권과 전희경, 지금 부메랑 효과를 톡톡히 겪고 있다. 윤 정권이 야당과의 전투 모드를 강화한 것은 부메랑 현상에 대한 반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밀리면 죽는다는 절박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거기에 따른 에너지 소모는 정권보다 국민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 여당의 전투 모드, 나라 발전의 저해 요소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 자각을 기대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