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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문태준의 '처서'
취재부 | 승인 2022.08.23 18:08

                    처 서

                              詩 문태준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엔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 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나온다

가을이 오는가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 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익은 산새소리 알은체 별처럼 시끄럽다

 

처서는 음력으로 24절기의 하나다절기 중에 이것이 반가운 것은 여름의 무더위를 처리(處理)하고 가을을 선사한다는 것이다(처리하다), (더위그러니까 더위를 처리하는 절기라는 뜻이 되겠다더위로 대표되는 여름이란 계절에 종언을 고하게 만든다문태준 시인의 처서란 시가 떠올랐다이런게 시가 아닐까 싶다제목이 처서인데 처서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안 나온다하지만 단어 하나어절 하나문장 하나 하나를 음미하면 처서와 관련되지 않는 게 하나도 없다얻어 온 개가 맞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고추가 빨갛게 물들어 햇볕에 말리는 것도 하말추초(夏末秋初)의 일이다여치와 풀벌레도 생명을 다 해가는 때옥수수 대와 수염도 처서 즈음에 맛있는 옥수수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감나무와 지게 그리고 산새소리와 별.... 여름 가고 가을 오는 상징적 소재들이다처서가 그 기점이다처서를 전후해서 하루 사이에 기온 차가 이렇게 나는 것은 자연의 신비이다이 점을 시인은 주목한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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