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정치인의 빛과 그림자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후퇴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

우리 정치가 후퇴하고 있다. 앞을 향해 달려도 부족할 판에 자꾸 뒷걸음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회가 정체하게 되고, 멀게 볼 때 역사가 발목 잡혀 국가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정신 바짝 차릴 때이다.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 가장 걱정한 것이 이 부분이다.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려 놓고 그들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 이것은 분명 국민 다수의 권익과는 배치되는 일이다. 국민은 다수의 행복을 위한 정치를 원한다.

보수 정권 내에서 그나마 실낱같은 기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쪽 일부 젊은 정치인들의 역할이었다. 그들이라고 한계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2030 세대와 손잡고 새 정치의 물꼬를 트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정치인 이준석에게 거는 기대

그런 기대의 중심에 이준석이 있었다. 지난 해 6월 국힘당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뒤엎고 그는 당 대표가 되었다. 30대 중반의 청년 정치인이 당 대표가 된 것은 극우 정당에 가까운 국힘당으로서는 큰 이변이었다.

당 대표가 된 후 그는 보란듯이 자기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는 구정치와는 분명 결을 달리했다. 이준석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신선하다는 평가가 따랐다. 민주당 등 다른 정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구태 정치는 그 연륜이 꽤 오래된다. 일제강점기는 차치하고라도 해방 후 70여 년의 이력을 쌓고 있어서 그 성채는 아주 견고하다. 마치 우리의 봉건시대 상민이 양반의 영역을 침범하기 난망했던 것처럼.

선거에서 연승한 이준석의 존재감

그럼에도 벌어지는 정치 상황은 이준석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의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치가는 선거의 결과로 위상이 결정된다.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고 나서 국힘당은 선거에서 연승을 거두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 20대 대통령 선거, 6.1 지방 선거 등에서 승리한 국힘당에서 대표의 활약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장에서 몇 번이나 승리하고 돌아온 그의 전공이 돋보였다. 칭찬이 따랐다.

그런 이준석이 오늘(8월 16일) 국힘당 대표에서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퇴진을 했다'가 아니라 '당했다'이다. 총합된 역학관계의 결과라지만 나는 구정치인 블럭이 그를 끌어내렸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해임이다.

당 대표에서 강제 해임을 당한 꼴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전도양양한 새싹의 인물들을 제거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석의 예도 거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당헌 당규를 바꾸기까지 하면서 한 젊은 정치인의 목줄을 끊었으니까.

공정하지도 않고 원칙에 맞는 것도 아니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상식에도 어긋나는 짓을 국힘당 내 구정치인들이 스스럼없이 해냈다. 여야 대립 못지않은 신구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이준석이 당하고만 있을까.

단언컨대 구정치의 극복 없이 정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여야가 따로 없다. 모두 마찬가지이다. 강고한 기존의 틀을 부수는 일이니 얼마나 어렵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정치개혁, 사회개혁을 위해서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집권 초 정권 내 권력 투쟁은 유례가 없는 일

집권 직후의 당내 분쟁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집권 100일도 채 안 되어 권력 투쟁 성격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더더욱 드문 일이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에 더해 사고 자체가 기성 정치인과 다른 젊은 당 대표니까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윤 대통령 중심의 집권 세력이다. 이준석이 자신의 강제 해임에 반발하며 법적 및 언론 투쟁을 전개해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헌 당규상 문제될 게 없다고 강변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비대위를 만들어 당 대표를 강제 해임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절차뿐 아니라 도의적으로도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급조된 정치 신인 대통령 아래에서나 나올 수 있는 허술한 정치의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가 몰고 올 후폭풍

앞으로 사달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방향이든 이준석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점이다. 17일 비대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있다. 결과까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인용, 기각 중 어떤 결정이 나오든 정권 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용이 된다면 국힘당 비대위는 무효가 된다. 이준석은 당 대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기각될 경우의 수 중 유력한 것은 개혁적 보수신당의 창당이다.

당 내외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있는 유승민과 손잡고 일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유승민 이준석이 힘을 합해 창당한다면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국힘당을 지지하겠다는 것보다 훨씬 높에 나오는 것도 그들에겐 고무적이다.

윤핵관 및 측근에 의지하는 대통령의 정치력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집권 초 대통령이라면 이 정도의 문제는 풀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지도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이른바 윤핵관 등 측근들을 의지하기 때문에 일이 꼬이는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을 ‘한 젊은 정치인의 빛과 그림자’라고 했다. 빛은 밝음이고 그림자는 어둠이다. 대조되는 어휘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준석에게 두 측면이 공존한다. 하지만 아직 젊다. 그가 사는 방법은 구정치와의 결별이다. 그것이 빛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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