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의 군웅할거(群雄割據)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중 하나가 후보들의 하향 평준화라고 언급했던 적이 있다. 이 '하향 평준화'란 말도 혼탁한 선거판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생각하면 좋은 표현에 속한다.

어중이떠중이 가리지 않고 대권을 잡겠다고 나온 이들을 차라리 '꼴불견'들이라고 말하는 게 사실에 부합할 것 같다. 어리석기가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한탕주의에 빼져 있는 이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 이름은 거명하지 않겠다.

며칠 전 홍준표가 말했듯이 윤 대통령도 사람이다. 약점이 없을 수 없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 아닌가.

윤석열이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가끔 서민 코스프레를 연기하지만 그게 얼마나 서민다운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서투른 서민 흉내가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것을 국민은 바란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문자 주고받는 것이 국회 기자단 앵글에 잡혔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공인이다. 먼저 든 생각은 참으로 한가한 사람들이구나였다. 국회 개회 중에 의사당 내에 있는 당 대표와 문자를 주고받는 이가 과연 우리 대통령 맞나!

징계를 받아 당원권 중지 중인 이준석도 비판받을 여지가 많은 사람이다. 청년 정치인인 그에게서 발견되는 노회함은 단점 중의 단점이다. 하지만 윤석열의 대선 승리에 그의 공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30을 향한 그의 열정이 없었다면 낙선의 고배를 마셨을 것이다.

겨우 0.73%, 26만여 표 차이로 승리하지 않았는가. 이준석의 당내 발언을 '내부 총질'로 치부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적 사고방식이다. 지금 국힘당 내 젊은 당원들의 반발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구태의 사고로 젊은 생기를 짓눌러서야 되겠는가.

대통령에게는 그 자리에 맞는 품격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겉으로나마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어야 한다. 공평의 대상에는 정부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인사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어떤가. 검사 때의 연장선에 서 있지는 않는가. 여당 대표조차도 포용하지 못하고 '내부 총질' 운운하면서 갈라치기 하는 모습을 보일 때, 대통령의 품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준석은 당혹스럽기의 정도가 일반 사람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아무나 대통령 되어 보겠다고 나부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아무나' 중 한 사람을 대통령이랍시고 뽑은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 성인군자(聖人君子)가 대통령 될 필요는 없겠지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적어도 도덕적 결함이 없어야 한다.

지난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 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당선되고 보자는 게 그동안 우리의 선거 풍토였다. 공약 남발에 감언이설(甘言利說)이 선거판을 주도했다. 하지만 국가의 대표 선수인 대통령은 그가 내 세운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과 한 약속 아닌가.

함량 미달의 대통령은 지켜야 하는 공약의 내용조차 판단하지 못한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사람들에게는 그 머리가 그 머리이다. 오히려 해될 사람이 포진해 있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다.

세상은 하루가 멀게 변하고 있다. 시행착오(試行錯誤)를 할 여유가 없다.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고치면 된다? 그만큼 지체된다는 얘기다. 국제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게 된다. 위정자들의 시행착오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건만 해도 그렇다. 당사자인 경찰이 반대하고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것을 굳이 관철하겠다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많은 국민은 정부가 경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읽고 있다.

행안부 장관이 뭐하던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사고가 시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찰대를 개혁하겠다거나 경찰대 졸업생을 7급 경위로 보임하는 것이 공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등의 말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런 이가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설쳐대니 끼리끼리라고 할 수밖에...

이 글의 제목을 '대통령의 품격'이라고 했다. '인격(人格)'으로 쓸까 하다가 '품격'으로 한 이유가 있다. 아시다시피 '品(품)'의 1차적 의미는 '물건'을 뜻한다. 기분 나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2차적 의미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품위를 가리키기도 한다.

봉건 왕조 시대에도 성군(聖君)과 폭군(暴君)이 있었다. 물론 그 중간쯤에 위치하는 왕들도 많이 있었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 워싱턴부터 직전 트럼프까지 비교 평가해서 서열화하기를 즐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의 품위 저평가가 일반화 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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