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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랭보의 '감각'
취재부 | 승인 2022.07.21 14:37

              감 각

                  아르튀르  랭보(1854~1891)

여름의 푸르른 저녁에, 보리가 쿡쿡 찔러대는
오솔길 걸어가며 잔풀을 내리 밟으면,
꿈꾸던 나도 발에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내 맨머리를 씻겨 주리니


나는 말하지 않으리라, 생각지도 않으리라
하지만 무한한 사랑이, 내 마음 속에 솟아오르리라
그리하여 나는 가리라, 멀리 아주 멀리, 방랑자처럼
자연 속으로, 여자와 함께인 듯 행복하게

* 랭보의 시는 좋게 보면 시(詩)이고 나쁘게 보면 낙서(落書)이다. 이렇게 말하면 싫어할 랭보 지지자들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염려하지 말라. 난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니까. 한 가지 당부는 해야겠다. 랭보의 시는 지천명(知天命) 인생을 산 사람의 시로 생각하고 읽을 것!

랭보는 37세로 요절한 시인이다. 그가 19세의 나이에 절필을 했으니까 절필 이후에는 시를 쓰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이 작품('감각')도 랭보 16세 때 작(作)이다. 16세 미소년이 이런 성숙한 시를 생산해낼 수 있을까. 그의 나이를 사상(斜象)하고 시를 읽으라는 당부를 이해했으리라.

이 시의 배경은 여름이다. 보리가 나오고 잔풀이 나오고 바람이 나온다. 연관성이 많지 않은 시어들은 시인이 끌어 조합한 것들이다. 가시적인 자연의 산물들로 반항아이자 방랑자 랭보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 시어를 배치하지 못할 것이다. 그를 천재시인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껄끄러운 보리는 공격자로, 잔풀은 공격 당하는 대상으로 묘사된다. 바람은 화해자와 위무자로...

갑자기 불가시적 사념의 무대가 펼쳐치는 2연이다. 뭐랄까. 보헤미안의 사랑이라고 해 둘까. 그것도 여자와 함께 하는 사랑. 그 사랑이 얼마나 진한지 끊이지 않고 멀리 아주 멀리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을 받아주는 건 오로지 드넓은 대자연. 고마움이 다시 일어난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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