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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나희덕의 '비오는 날에'
취재부 | 승인 2022.06.14 21:11

              비 오는 날에
                                詩 /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 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달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싫지 않은 비다. 어린 유아에게 엄마가 젖을 주듯, 대지를 촉촉히 적셔서 자연에 활력을 제공하는 비다. 늦은 봄비? 아니면 여름을 재촉하는 비? 시인은 이런 비오는 날에 상념에 젖는다. 비와 가장 가까이 있는 우산을 소재로...  이 우산을 자신과 등치시켜 타자에게 작은 피해라도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마침내 외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손해를 조금이라도 끼친다면 우산을 접겠다고 말한다. 자신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다. 몸이 젖어도 괜찮다. 나누어 비를 맞는 가운데 따뜻함이 피어난다. 어깨에 손 얹으면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고... 이럴 때 우산은 무거운 존재가 된다. 비오는 날 나희덕의 시를 읽는 것은 정신적 보양식이 된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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