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국민에게 초점을 맞추는 6.1지방선거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패배 뒤엔 여러 가지 후유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선 같은 큰 행사 뒤엔 더 그렇다. 패배의 책임 소재부터 알량한 자리 보전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 정도가 심하면 갈라서는 것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딱 그 꼴이다. 지선을 앞두고 있지만 그것에 올인하지 않고 내부 갈등으로 소란스럽다. 170여 석이라는 국회 원내 다수당이라는 고리가 아니었다면 당 생존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일부는 여당으로 흡수되고 또 얼마는 강경한 기류의 정당으로 분화되고 또 다른 부류는 지역당으로 추락한다. 헤쳐 모여 식의 재정비가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지혜를 모으면 수습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서울 간 길에 과거 활동을 같이 했던 선후배 몇 명과 만나서 저녁 식사를 했다. 시국에 마음을 닫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제각기 문제의식들을 갖고 있었다. 모두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6.1지방선거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했다. 국힘당 강세, 더불어민주당 약세라는 인식은 동일했다. 지난 민선7기 지자제 선거 결과는 온통 파란색이었는데, 이번엔 붉은색 일색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앞날을 걱정했다.

그중 한 후배는 정신 못 차리는 민주당은 철저하게 망가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승리에 이어 총선과 지선에서 승리하게 해 주었는데도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권까지 내주고 말았다며 한숨지었다.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대부터 다시 닦아야 한다고...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지선 패배가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까지 일어났다. 일종의 꽃놀이패 심리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후보들에 대한 마음 졸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특히 전통적 보수지역에서 가까스로 당선되어 4년을 열정적으로 일한 단체장들의 얼굴과 이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살릴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을 포함시켜 달라는 기도가 나왔다. 선거는 조직과 바람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바람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조직이 탄탄하면 넘어지지 않는다. 그런 현상이 이들에게도 적용되기를....

영국의 외교관이자 역사가인 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큼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의(定意)는 없다. 초스피디 사회인 오늘을 살아가면서 과거와 대화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사람들과 대화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어떻게 과거와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정치하는 사람들이 특히 관심 둘 일이다. 진영을 뛰어넘어 대화로 문제를 풀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해 이것만큼 좋은 선물은 없다.

선거는 선거다.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그런 후 시각을 멀리 그리고 높이 맞추면 좋겠다. 국민을 섬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정당과 인물의 중요도가 다수 줄어들 것이다. 선거 잘 해야 한다. 인연이 아닌 정책으로.... 6.1지선 결과가 기다려진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