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0.73%가 세상을 이렇게 바꿀 줄 몰랐다. 비주류의 주도권이 어느새 주류의 주도권 장악으로 변하고 말았다. 보수 중심의 주류는 이런 현상을 사회의 원위치 회귀로 생각한다. 일탈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다는 식이다.

지금 윤석열 정권에게 양심을 찾는다는 건 무리일 것 같다. 그들 입맛대로 하기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그러니 아래 사람들은 더하다. 대통령 마음을 사기 위해 충성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기가 몹시 거북하다.

단적인 예 하나가 오는 5.18기념일 광주 방문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방문하니까 국회의원 전원 동원령을 내렸단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보다 5.18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진중하게 다가가야 한다.

권력을 앞세워 무력시위하듯 떼를 지어 움직이는 것은 망월동 영령들을 짓밟는 작태임을 알아야 한다. 0.73% 승패가 주는 메시지는 통합의 정치와 협치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겸손의 자세다. 국민이 주문한 것은 그것이다.

윤석열이 국힘당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 드는 염려가 검찰공화국의 망령이었다. 검찰개혁을 하려는 정권과 맞선 윤이 대선에 승리함으로써 이 염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꿩 잡는 것이 매라는 속담처럼 누굴 탓하랴!

윤석열 주위엔 온통 검사 출신들이 우글거린다. 정부 인사뿐 아니라 대통령실에도 검찰 출신이 아니면 맥을 못 춘다. 검찰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압권은 한동훈의 법무부장관 지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것을 뻔히 알면서 윤은 밀어붙였다. 이건 협치고 통합이고 필요 없다는 시그널에 다름 아니다. 권력을 가진 쪽은 우린데 뭔 말이 많냐는 식이다. 전체주의 사고(思考)다. 교만하기 짝이 없다.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국힘당이 승리한다면 이런 오만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170여 석의 민주당이 역학관계 상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이다.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리란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럴 때 피곤한 건 국민이다. 국힘당 중심의 주류연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집권을 '일탈의 정상화'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역사의 후퇴요 국력 낭비에 가깝다.

검찰 독재를 군사 독재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군사 독재는 총칼로 국민 위에 군림하지만 검찰 독재는 간교한 머리로 국민을 결박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빼앗았겠는가. 검찰은 과거 반성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민주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정권을 빼앗긴 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을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대선 때 국회의원들이 신발 끈을 단단히 매고 지역구를 조금 더 누볐다면 0.73%로 패하는 일이 일어났겠는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자세, 자기 혁신에 인색한 모습,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신진대사를 겁내는 체질을 벗지 않으면 오는 지선뿐 아니라 2년 후 있을 총선 패배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처럼 보수정권 롱런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협치는 양보의 산물이다. 자기 성채를 고집하면서 상대가 굴복하기를 바란다면 협치와 통합의 정치는 요원하다. 권력 쥔 자가 통 큰 양보를 할 때 물꼬가 트인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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