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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혁명가다" 박노해, 12년 만에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출간
yna 이은정 기자 | 승인 2022.05.13 20:58
12년 만에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출간한 박노해 시인  [느린걸음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7살에 쓴 시 '노동의 새벽'(1984)에서 변혁을 갈구했던 박노해(65) 시인은 어느덧 예순을 훌쩍 넘겼다.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노동의 새벽' 중)고 토해내던 울분은 어느덧 투쟁과 상처의 번민, 삶을 관조하는 깊은 울림으로 바뀌었다.

박노해 시인이 2010년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12년 만에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느린걸음)를 출간했다.

3천여 편의 육필 원고 가운데 301편이 담겼다. '너의 하늘을 보아'와 '별은 너에게로', '살아서 돌아온 자' 등 그간 사랑받은 시들도 책으로 처음 묶였다.

박 시인은 1980년대 중반 노동문학의 새 지평을 연 노동자 시인이다. 박노해란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뜻으로 시집 '노동의 새벽'은 사회와 문단에 충격파를 던지며 군사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약 100만부가 팔렸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노동문학을 주도하던 그는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7년 6개월간 복역한 뒤 1998년 특별 사면으로 석방됐다. 이후 그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2003년부터 전 세계 분쟁 지역과 가난한 현장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침묵의 세월에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출간 당시 그는 "하루도 시를 쓰지 않은 날이 없다"며 "힘겨운 시간 동안 시가 없었다면 미치거나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이번 신작에서도 시인이자 노동운동가, 유랑자로 살아온 굴곡진 인생에서 깊게 팬 상흔이 뚜렷하다.

'나에게 기적이 있다면 / 죽지 않고 미치지 않고 / 아직 살아있다는 것'('고문 후유증이 기습한 밤에' 중)이며, '그날 이후, 내 안에는 / 깊은 신음이, 둔탁한 절규가 / 나오지 않는 말들이 살고 있지'('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중)라고 토로한다.

그러나 일찍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희망한 그의 시선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 아이와 부모, 교육과 배움, 연애와 이별, 청춘과 노년, 정원과 농사, 코로나19 팬데믹 등 다양한 생각이 물줄기처럼 이어진다.

'내가 죽어도 나를 거름 삼아 커나가는 / 아, 사랑은 내 심장에 나무를 심는 것'('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중)
'코로나 뒤에 숨은 세력과 백신패스에 저항하던 날 / 그날, 내 영혼에는 음모론자의 낙인이 찍혀버렸다'('영혼의 연루자' 중)
메시의 영원한 팬이라고 고백한 시도 있다. '이제까지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 탁월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면 / 메시는 그라운드의 시인이다'('메시는 영원하다' 중)
격렬하게 젊음을 보낸 시인답게 이 시대 청춘에겐 '젊음은 무관의 권력이어서', '젊음은, 조심하라'('젊음은, 조심하라' 중)고, 젊음을 위로하는 시대를 향해선 '젊음은 위로가 아닌 활로가 필요하다'('젊음에 대한 모독' 중)고 직언한다.

앞으로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이 시들로 갈음한다. '시인은 혁명가다 / 원칙은 세 가지다 // 가난할 것 / 저항할 것 / 고독할 것'('시인의 각오' 중)
그는 자신을 '저주받은 시인이고 / 실패한 혁명가이며 / 추방당한 유랑자'라고 명명하면서도 '나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으니'('취한 밤의 독백' 중)라고 취중 다짐을 한다.

mimi@yna.co.kr

yna 이은정 기자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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