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이러나.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가 보다 안정되기를 바라는 게 국민의 마음이다. 피 터지게 싸우는 격투기도 가끔 한 번씩 봐야 제값을 하지 주구장창 그것만 보고 있으면 식상한다.

정권교체냐 안정이냐를 갖고 표심을 자극할 때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안정 쪽에 투표를 했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뀐다면 거기서 파생하는 국가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이다.

당장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게 집무실 이전의 명분인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국민들이 이용하고 사랑하도록 만들 수 있다.

지금 여야는 소위 '검수완박'을 놓고 벼랑 끝 대치를 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지 몇 시간도 안 지났는데 국힘당에서 반기를 든 것이다.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런 오만한 행태를 보이는지 모르겠다.

국힘당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야 상황을 고려해서 자신이 불러준 대로 중재안이 작성된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당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들이 수용불가라며 X표를 그었다. 이렇게 되면 여야 협치는 물건너 갔다고 본다.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손바닥 뒤집듯이 합의 내용을 깨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개인간의 약속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양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당선자 마음을 읽고 충성 경쟁한다는 말도 들린다.

검찰이야 그들 밥그릇 빼앗긴다고 생각하니까 똘똘 뭉쳐 반대한다지만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축이 무너져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제도만 보완하면 검찰이 아니더라도 국민을 지켜 줄 곳은 얼마든지 있다. 국민 피해 운운하는 검찰의 논리가 옹색하기 짝이 없는 이유이다. ‘검수완박’이 그들의 말대로 ‘악법’이라면 국민의 동의를 얻어 또 개정하면 된다. 그 정도로 국민은 성숙해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와 국민의힘 권성동(왼쪽)·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어 주며 검찰권을 휘둘러 온 그들 아니었나? 검찰의 카멜레온성 특질을 벗기기 위해서도 '검수완박'은 필요하다. 강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겐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검찰 정비 없인 이 나라 희망도 없다.

누군가가 말했다. 윤석열이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2년간은 식물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여소야대 국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면 통치권에 힘이 실렸겠지만 고작 0.73%, 26만여 표 차로 신승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겸손과 포용밖에 없다. 이것이 대통령과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하지만 요원한 듯… 윤석열을 잘 아는 이들의 말에 의하면 '겸손'과 '포용'은 그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목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란다. 이것은 그가 특수부 검사를 하면서 쌓아온 것이 자질로 굳어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이 된 이상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당선자 부인의 처신이다. 윤석열은 그렇다쳐도 김건희를 영부인으로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고 주위 사람들은 말한다. 대통령 집무실 옮기는 문제도 처음 발설되기는 김건희와 서울의 소리 기자의 통화에서였다. 거기에 풍수설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국방부를 대통령 집무실로, 외교부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정하는 데에도 김건희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나서야 할 땐 뒤로 숨고, 나서서 말아야 할 곳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솔직히 염려된다. 국격을 생각할 땐 더욱 그렇다.

국힘당은 박병석 의장이 중재한 '검수완박'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나의 판단 미스라며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다(사진=연합뉴스)

지금이 1960년대 군사독재 시절이 아닐진대 대통령 생각 하나로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집행돼서는 안 된다. 멀쩡한 국민이 두 눈 뜨고 주시하고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은 지난 세기에나 통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들도 신물난다.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표류할 때, 야당도 거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 아닐 땐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검수완박'에 대해서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야당 인사 중 반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론으로 정해진 내용은 따르는 것이 조직인의 기본 자세다. 개인적으론 반대하되 당론으로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 벌써 민주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반대가 국힘당을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정치권이 이성을 팽개치고 막무가내로 행동할 때 국민은 불안하다. 평화는 만국 공통어다. 인류의 염원이다.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정치(政治)는 곧 정치(正治)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폭넓게 생각하고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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