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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이상국의 '성자(聖者)'
취재부 | 승인 2022.04.22 13:59

         성자(聖者)
                    詩 / 이상국

곡우 무렵 산에 갔다가
고로쇠나무에 상처를 내고
피를 받아내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도
무엇이 모자라서 사람들은 
나무의 몸에까지 손을 집어넣는지
능욕 같은 그 무엇이 
몸을 뚫고 들어와
자신을 받아내는 동안
알몸에 크고 작은 물통을 차고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그가
내게는 우주의 성자처럼 보였다.

* 곡우(穀雨)다. 곡식과 비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비가 없으면 곡식도 없다. 비단 곡식만이랴! 비가 없으면 자연이 황폐해지고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곡우는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나무에도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스스로 성장을 도모하는 기간이다. 이것을 인간들은 가만 두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미라면서, 자연을 지배할 권리가 있다면서... 나무에 상처를 내고 그 물을 가로챈다. 건강에 유익이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나무가 소년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오랜 기간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주었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고로쇠물은 그게 아니다. 나무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을 강제로 빼앗기는 것이다. 쑤시고 찍히고 걹히면서... 그러면서도 하늘을 우르러 볼 뿐 말이 없다. 이런 나무를 시인은 '성자(聖者)'처럼 보고 있다. 이 단어가 빼앗긴 나무에게 과연 위로가 될까?(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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