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것이 공천에 얽힌 불협화음이다. 공천을 받은 사람은 환호작약(歡呼雀躍)하지만 떨어진 사람은 그 반대다. 절망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낌새를 채고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뛰기도 한다. 선거철에 빈번하게 목도되는 풍속도이다.

‘공천 장사’란 말이 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지난날 보스 정치가 성행했던 때가 그즈음이었는데, 보스에게 공천 헌금을 많이 가져온 순서대로 공천이 결정되었다. 전국구(지금의 비례대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역구에서조차 거액의 돈이 오갔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민도도 많이 높아졌다. 보스 정치도 시나브로 사라졌다. 돈으로 공천을 따내는 풍토도 가시적으로는 자취를 감추었다. 공천 결정에 절대자가 없어졌다는 말이 된다. 공천이 객관적이고도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토대가 구축되었다.

공천신청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당내 경선이다. 경선의 방법으론 여론조사를 활용했다. 조사의 기준과 방법이 공정하고 명확하다면 이것보다 더 바람직한 방식은 없을 듯하다. 많은 선거에서 이 방법이 활용되었다.

여야 각 당 김천지역의 공직 후보들의 공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지역 특성상 국민의힘은 후보들로 사태를 이루고 있지만, 다른 당들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지역 정치의 편향성, 이것은 꼭 극복되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도지사 후보로는 현직 지사가 단수 추천으로 공천이 확정되었다. 김천시장 후보로는 4명이 신청을 했다. 여론조사로 우열을 가려 곧 공천자가 결정될 것 같다. 신청자 4명은 거리에서 직접 그리고 SNS 등을 통한 선거운동에 열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공천 문제인데, 신청자들이 많아서 후보를 확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항간에는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이 대폭 물갈이를 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기존의 지역정치인들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벌써 누군 공천에서 배제되었고 누군 확정되었다더라 등의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한 광역의원 신청자는 자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선거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유권자가 뽑아야 할 공직자는 도교육감을 포함해 최소 7번 기표를 해야 한다.

선거가 갈수록 복잡다기화(複雜多岐化)되고 있다. 선거에 임하는 정당들은 후보를 확정하기까지 그만큼 교통정리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공천 방식도 발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김천지역 국민의힘 광역 및 기초의원 대폭 물갈이를 예상되는 가운데, 송언석 지역위원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사진=연합뉴스)

공천 방식의 발전이라는 건 경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말한다. 신청 당사자나 지역 유권자들이 납득하고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 과거 중앙의 보스 정치를 위에서 언급했다. 보스 1인이 공천 결정의 키(key)를 갖고 전권을 행사한 것 말이다. 구태 공천의 전형적 방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공천 헌금이 오고가는 것만 사라져야 할 폐단이 아니다. 한 사람이 공천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것도 전 세기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시민들에 의해 공천이 결정되는 것이다. 적어도 권리당원들의 생각이 반영된 공천이 되어야 한다. 이게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이다.

한 사람이 공천의 전권을 행사하는 것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인데,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만 찍어서 공천을 준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그럴 리 없겠지만, 공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사천(私薦)으로 처리·결정한다면 겨우 고개를 내미는 지역의 민주주의에 재를 뿌리는 결과가 된다.

노파심일 가능성이 많은 얘기다. 참고 사항으로 하나만 더 말하고 이야기를 맺자. 정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리 중 하나가 순리(順理)이다. 문제를 도모하고 푸는 데 역리(逆理)하지 않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무리하면 문제가 잉태되고 잉태된 문제는 언젠가 터지게 되어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된다.

‘물갈이’ 운운하며 기존의 지역정치인들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사실이라면 놀라울 일이다. 오랜 기간 피와 땀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해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탑 쌓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지도자는 스스로 크기보다 지역민이 키워주는 의미가 더 짙다.

세상은 '신-구', '청-장-노'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건강하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는 신진대사가 원활하여 평화롭고 합력이 잘 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도 건강한 신진대사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무명의 젊은이가 몇 번에 걸쳐 시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아 원숙한 지역 정치인이 되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지역의 리더로 선 것이 아니다. 지역의 참된 리더들을 인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지역을 위해서도 손해다.

공천에 불복하고 무소속 등 진영을 바꾸어 나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개인의 의지를 앞세워 문제를 그슬러서 큰 화를 불러와서야 되겠는가. 정치는 순리이다. 국민의힘 김천지역 공천의 중심에 서 있는 송 원석 의원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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