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누구 입에서 처음 나왔는지 모르겠다. '검수완박'이란 단어 말이다. 초 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은 긴 것을 싫어한다. 글도 장문은 아예 읽지 않는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긴 문장과 단어는 억지로 짧게 조어(造語)해 쓰기를 즐긴다. 젊은이들의 대화에서 초로인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적지 않다.

이런 언어축조 현상에 언론과 정치권이 편승하더니 언젠가부터 자칭 원리원칙을 생명처럼 여긴다는 검찰조차도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말을 네 글자로 줄여 쓴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의 '박탈'이란 말이 독자로 하여금 오해의 소지를 갖게 만든다.

'완박'의 본말 '완전 박탈'을 한자로 쓰면 '完全 剝奪'이 될 터이다. 여기서 '剝奪(박탈)'은 '남의 재물이나 자격 따위를 빼앗다'가 사전적인 의미이다. 그러니까 정당한 것을 불법적으로 빼앗을 때 주로 사용하는 어휘이다. 긍정보다는 부정적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단어이다. 검찰에서 이 조어를 선호하는 이유인 것 같다.

검찰의 생각대로 과연 그럴까. 검사들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해 경찰이나 다른 전문기관(가령 중수청 등)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제 자리를 찾아 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수사에 대한 실질적인 전문성은 검사보다 일선의 경찰과 전문기관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사들이 윗선 눈치를 보며 정치 수사를 하기 쉬운데 비해 경찰과 전문기관은 이 점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민을 위해 공정한 수사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경찰 개혁도 병행되어야 한다.

'검수완박'이란 조어의 유치함을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 말은 20대 대통령 당선자인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사퇴할 때 사용해서 널리 확산된 것이라 한다. 얕은 사고의 검사들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더 우스꽝스러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해 평검사부터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저항한다는 점이다. 마치 조폭의 행동거지를 보는 것 같다.

어느 검사도 다른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니, 낼 수가 없다. 한 번 찍히면 평생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삶을 택하려 하겠는가. 그들에겐 이미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와 공정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검찰 조직 이기주의만 있을 뿐이다. 수사권이 없으면 국민 위에 군림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필사즉생(必死即生)의 각오로 저항하는 것이다.

‘검수완박’의 검찰개혁 입법을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했으니 본 회의 통과만 남았다. 꼭 통과시키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겪어온 바로는 검찰만큼 카멜레온적인 집단은 없다. 이것은 곧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간사함으로 나타난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보이는 비겁성은 나라에 암적 요인이다.

윤석열이 국힘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검찰공화국에 대한 염려였다. 검찰은 천성적으로 문제 해결자가 아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포장하고 확대 재생산에 자기들 방식대로 매듭짓는 능한 기술자로 보면 된다. 여기에 정치 검사의 완장까지 차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요 제어불능이다.

벌써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이 취임하지도 않았는데, 구 정권의 비리를 캐겠다며 검찰은 칼을 갈고 있다. 대장동 사건과 원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장동은 이재명을 겨누고 있고, 원전 문제는 구 정권에 전방위로 목을 조이려 한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중에 속보라며 뉴스가 하나 떴다. 윤석열 당선자가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는 것이다. 윤은 전혀 파격이 아닌 인사라고 했고, 윤핵관 중 한 사람이었던 장제원은 칼 대신 펜을 한에게 쥐어주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권력 가진 자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만을 본다. 도대체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런 인사를 거리낌 없이 하는가. 겨우 0.73%로 이긴 주제에....

한동훈은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윤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한은 윤의 부인 김건희와도 많은 통화와 카톡으로 소통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다. 한의 폰을 '깐다'면 그와 관련된 많은 의혹들이 풀릴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한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파격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다. 민주당은 이것을 두고 대 국민 테러라고 단정하기까지 했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것이다. 한의 법무부장관 지명은 상대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했을 뿐 아니라 능멸하기까지 한 인사라고 생각한다. 윤이 한에게 칼이 아니라 펜을 쥐어 주었다고?(장제원의 말) 수사(修辭)도 이 정도면 꽤 수준급이다. 이런 부추김은 권력의 약화를 초래하는 지름길이다. 펜이 칼보다 더 무섭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격언 아닌가.

윤석열이 아무리 정치 경험이 없다고 해도 이 정도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태 정치를 벗어나기를 언연 중 바랐다. 여야 정치권의 극한 대립에 국민은 극심한 피로감을 얼마나 많이 느끼며 살아왔는가. 대선은 정치적 전환의 좋은 기회이다. 협치로 서로를 인정하고 여야가 상호 보완의 관계를 조성한다면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사라져 간다.

이른바 '검수완박'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검찰은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또 국민을 등에 업는 코스프레를 취한다. 검찰이 아니더라도 국민을 위한 공정한 수사는 경찰 또는 전문기관(중수청) 등에서 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 설령 피해가 있다고 해도 검찰공화국을 막는 길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국힘당에도 정도를 걸으려는 정치인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왜 아마튜어 정치인인 윤 당선자의 지나친 정치 행위를 제어하지 못하는가. 왜 충언하는 자가 없는가. 민주당이 갈 방향은 명확해졌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시키는 것을 윤의 취임 전 입법화하는 것이다. 윤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명은 민주당과 국민들에게‘해 볼 테면 해보라’는 선전포고로 읽힌다.

대통령이 당선된 후 취임 전에 신권력의 이런 난맥상이 있었던가. 0.73%의 신승(辛勝)에서 국민은 겸손의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 협치와 통합으로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포함되어 있다. 윤석열 당선자와 신 권력은 이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검수완박'에 고삐풀린 검찰, 윤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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