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만고강산(萬古江山) 유람회(遊覽會)...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무대가  쓸쓸하다더니....어제 들린 연화지가 딱 그랬습니다. 벚꽃잎은 다 떨어지고 상춘객들의 발길까지 뜸하더군요. 벚꽃을 떨군 벚나무의 몰골은 조금 그렇지요?

늘 그랬듯이 시간만 나면 어울리는 친구들이 어때(A'te)카페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친목계를 만들었습니다. '만고강산 유람회'... 이름은 거창하게 지었지만, 나라를 구하자며 유비 관우 
장비가 맺었다는 도원결의(桃園結義)도 아니구요. 잘나가는 선출직 친구도 없으니 선거판 후원회는 더더욱 아닙니다.

같은 고교를 졸업한 친구들 중에서
일탈(逸脫)을 꿈꾸는 사람들의 시시한 모임입니다.

퇴직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하데요.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막상 퇴직이란 걸 하고나면 뭔가가 허전하다고... 저 역시 평범한 농부로 살고 있지만 인생이란 게 큰 무대에 올랐다가 내려오면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 나가는...뭔가에 대한  아쉬움은 있는듯 합니다. 

무엇을 이루려고 그렇게 바쁘고 악착같이 살았는지, 일종의 허탈감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딱히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고교 졸업 40주년 기념 설악산 여행...)

정해진 맴머도 없습니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은 모두 맴머가 될 수가 있겠지요. 그러다보니 여행지에 따라서 맴머가 바뀌기도 합니다.
물론 고정맴버는 몇명 있습니다. 

저 같이 평생을 농부로 산 친구가 서너명 있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강조한다는 유한킴벌리를 퇴직한 친구도 있고, 대학시절에 사학을 전공했는지 퇴직후에 소일거리로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는 친구, 고향동네의 이장을 아주 열성적으로 수행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또 수십년 옷가게를 하는 친구도 있는데 그는 말이 퇴직은 없다네요. 아차 작은 건물주에 이름을 올린 친구도 있습니다.

고정맴버는 정해졌고, 매월 행선지에 따라서 가고싶은 친구를 연락해서 충원하는 형식입니다. 스타랙스는 8명이 타고 다니면 딱 안성마춤이니까요.

이런 카피 기억나시지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제가 TV에서 봤던 가장 멋진 광고문구였습니다. 사실 열심히 일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자신보다 아내한테 물어봐야 가장 잘 알겠지만 카드 회사의 광고 문구처럼 열심히 일했다는 가정하에 더 늙기전에 산천유람을 떠나 봐야지요.

다음은 이름을 만고강산(萬古江山)으로
지은 이유입니다. 
요즘은 국악을 틀어주는 TV프로그램이 귀하지만 옛날에는 제법 있었지요. 
판소리인지 단가인지는 모르겠구요. 어느날 TV를 틀었더니 유명한 국악인이 예쁜 한복을 입고 부채를 들고는
“만고강산 유람할 제 삼신산이 어드메뇨, 일봉래(一蓬萊) 이방장(二方丈) 삼영주(三瀛洲)가 아니냐”며 한바탕
목청을 높이는데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요. 
저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알아 봤더니 
일봉래는 금강산, 이방장은 지리산, 삼영주는 한라산을 뜻한다네요. 글쎄....

또 만고강산 (萬古江山)의 사전적 의미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변함이 없는 산천"을 의미한다니 우리네 유한한 인생과  반대의 개념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수그레한 사내들이 노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카페주인이 쳐다봅니다)

만고강산 중에 아직 금강산은 한번도 못가봤지만, 지리산과 한라산은 올랐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퇴직후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는 친구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옛날 조선시대에도 사대부들은 마음맞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전국 곳곳의 명승을 유람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었다네. 그러니 우리도 이제 만고강산을 부지런히 댕기보세나..." 

(작년 어느 여름날의 만고강산유람회)

농부는 퇴직이 없지만 여러 친구들이 퇴직 이후 부지런히 돌아 다녔습니다. 이제는 만고강산 유람회(萬古江山 遊覽會)까지 만들었으니 "다리가 떨리기 전, 마음이 떨리는 그날까지" 팔도강산을 알차게 다녀보려고 합니다.

[만고강산 유람회]는 마음이 떨리는 그날까지만 운영하려고 합니다. 다리가 떨리고 열정이 식으면 끝이니까요.
 
<만고강산 유람할제>단가(短歌)의 
끝부분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서산의 지는 해는 
버드나무 가지를 실로 삼아 묶어 두고, 동령에 걸린 달은 계수나무에 머물러라. 
한없이 놀고 가자.”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