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과연 윤석열답다." 검사 때부터 그와 가까이 지냈다는 사람이 한 말이다. 그래, 대통령 집무실 문제로 이렇게 갈등을 자초하는 게 대통령 당선자가 지금 해야 할 일인가. 삶에 지쳐 있는 국민을 위해 산적해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대통령은 분란과 갈등을 잦아들게 하는 사람이다.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자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곧 이 나라의 20대 대통령이 될 사람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사즉생(死即生)의 각오로 매달려서야 쓰겠는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국민 대다수가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소통을 중시하고 여론에 귀 기울이겠다는 당선자의 말과도 배치되는 처신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을 선택한 것은 이런 아집 정치를 청산하라는 주문도 포함되어 있다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포장하지 말고 청와대를 그대로 쓰라. 정 돌려주고 싶으면 시간을 갖고 면밀히 검토한 뒤 이전해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전에 대한 당위성과 필연성을 국민들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윤석열은 이재명에게 0.73%로 신승했다. 이 정도면 재검표를 요구하며 나라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그리고 당선자를 축하하며 한 가지 당부를 했다.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해 달라고 했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정치도 그렇다. 주는 대로 받게 된다. 거기에 중요한 기준은 상식과 원칙이다. 다른 사람이 고개 끄덕일 결정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국민 전체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윤석열의 집무실 용산 이전은 상식과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런 것을 물러나는 정권이 어떻게 순순히 따를 수 있겠는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국민과 가까이서 소통하겠다는 것이라면 청와대 담을 헐고 문을 개방하면 된다. 이런 간단한 대안을 두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제1 공복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 세 가지 문제만 지적하자. 첫째 막대한 이전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낸 혈세의 몫이다. 5백여억 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경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예산을 삶에 지쳐 있는 국민을 위해 쓴다면 얼마나 칭찬을 들을까.

둘째, 국가의 안보 공백과 경호의 문제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경우 국가 컨트롤타워와 전쟁 지도부를 이전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안보 공백과 국정 공백 두 가지 다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경호 문제도 빈틈이 곳곳에 노정될 수밖에 없다.

위기는 뜸을 들이지 않고 일순간에 들이닥치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국힘당 한 의원은 행정 서버 라인만 연결하면 될 일이라고 했지만 행정 라인과 군 방어 전산 시스템용 라인은 별개라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합참의장 출신 11명의 장성도 안보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수십 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용산 이전에 대해 안보상 아무 문제될 게 없다고 집단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윤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찬성한 것이다. 정치적 지향성이 반문이고 대북 강경파들로 알려진 이들이 집단으로 드러낸 의견은 안보 공백을 도외시한 정치적 발언밖에 안 된다. 평소 유비무환을 외쳐 온 이들이 맞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셋째, 믿고 싶지 않지만 윤 당선자의 무속적 신념의 결과로 보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죽음으로, 그게 아니면 감옥 가는 통로로 생각하는 흉지이기 때문에 한 발짝도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인수위에서 일단 부인을 했다. 그러나 몇몇 점술가와 가까이 지냈고, 검사 때부터 그들에게서 조언을 들어 온 것을 상기할 때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청와대엔 얼씬도 하지 않겠다는 윤석열의 결기가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한다.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완전 개방 국민에게 돌려주고, 자신은 용산이 아니면 차라리 통인동 인수위 사무실을 쓰겠다고 했다. 이런 집념에서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한 윤의 의식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게 고질적인 권위의식이 아닐까.

윤 당선자를 비롯해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들은 자중해야 한다. 물러날 정부에 대해 윽박지르듯 위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권영세, 권성동, 장제원을 최측근으로 앉힐 때부터 적지 않은 마찰이 일겠구나 생각했다. 이들은 자기중심의 사고에 매몰되어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명당 찾아 삼천리' 식의 문제로 고집을 피우는 당선자가 안타깝다. 신구 정권이 국민을 위해 머리를 맞대며 차질 없이 인수인계를 해도 부족할 판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대립하는 것은 나라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밖에 안 된다.

앞에 언급한 수십 명의 예비역 장성들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정작 국방부와 합참은 무리라는 입장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일반 가정집도 세입자를 내보낼 때 두 달 전에 통지를 한다. 3월 말까지 방 빼라고 국방부에 통보한 인수위,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이다.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권위의 상징을 무너뜨리겠다는 윤석열!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소통이란 대통령을 찾아와서 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이 찾아가서 하는 것이 더 필요한 소통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자주 찾아가면 되니까....

* 글의 제목 '대통령 집무실 찾아 삼십리.... '에서 30리는 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까지의 거리가 12Km, 약 30리이다. 거기에 착안해서 글 제목을 잡았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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