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남도(南道) 여수(麗水) 2일차....

늘 그랬듯이 여행을 가면 쉽게 잠들지를 못합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겨우 잠들었다가 새벽녘에 깨어보니 봄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진작 좀 내렸으면 강원도 산불은 없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앞서네요.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지는지 모두들 일찍 일어났습니다. 

간단한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오늘의 목적지로 출발합니다.

(조화대교)

(둔병대교)

1박2일 여수(麗水)여행의 목적이 향일암을 제일 보고 싶었지만 얼마전 신문에서 봤던 다섯개의 다리를 건너 보고 싶었고, 낭도(狼島)의 작은 항구에서 서대회무침에 막걸리도 먹고 싶었습니다. 

위 대교(大橋)사진들은 비도 내리고 안개까지 자욱해서 어쩔수 없이 지자체 홈페이지의 사진을 빌렸습니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인지 한눈에 알아 보기에는 훨씬 더 좋습니다.

(낭도대교)

사실 저 같이 내륙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문득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지요.
가슴이 답답할때나 진행중인 일들이 풀리지 않을때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 
그럴때 망망대해나 섬들이 점점이 박힌 바다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린듯 시원함을 느끼곤 하지요.

낭도를 찾아보고 싶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얼마전 KBS인간극장에 나왔던 곳이라 괜히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둘러본 섬들은 얼마전만 해도 바다에 둘러싸여서 오갈 수 없던 외딴섬이었지요. 다섯개의 다리가 놓이면서 섬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 하나 둘 낭도로 들어오는 듯 합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아니면 잠시 외지로 출타를 했는지 인간극장에 나오셨던 분은 자리에 없더군요.

낭도의 항구에 있는 식당에 앉았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는 수많은 섬들이 있더군요. 하나같이 아름답기도 하구요 이곳어 사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기 짝이없는 섬이겠지만 외지인이 봤을때는 말 그대로 낭만의 섬으로 보였습니다. 

대교가 놓여서 바로 앞에 까지 관광버스가 들어오지만 항구의 길은 여전히 좁고 꼬부랑 골목길입니다. 버스는 커녕 승용차도 비킬 수 없는 좁은 길이었습니다
이곳도 몇년후에 오면 변해있을 테지요? 

낭도에는 마르지않는 젖샘이라는 작은 우물이 있다네요. 젖샘에서 솟는 물로 막걸리를 빚은 것이 젖샘막걸리라 합니다.

'젖샘'이 유명한지 임연태 시인은 젖샘막걸리라는 시를 짓기도 했더군요.

               젖샘 막걸리
                      詩 / 임연태

<앞 부분은 생략>
아이 낳고 젖 모자라는 여인들이 찾아와 치성 드리고 마시면 젖이 잘 돌았다는 전설의 샘이 바로 젖샘이니
그 샘물로 빚은 술은 
술이 아니라 젖이라 해야겠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잦아드는 파도 끝에 앉은 사내들
빈 젖 물고 자라난 탓에
유난히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는 사내들 
밥 삼아 들이켜는 술
이름만 들어도 어머니 젖내가 느껴지는 술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배가 불러지는 술'

***  ***  ***  ***  ***  ***  ***  **

이렇게 멋진 시를 읽고 어찌 막걸리를 마셔보지 않고 돌아설수가 있을까요?

봄비가 내리니 낭도 둘레길은 포기하고 막걸리만 마시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적금대교)

(팔영대교)

다섯개의 다리를 무사히 건넜습니다. 중간중간에 "백리 섬섬길"이라고 붙여 놓았더군요. 설명을 덧붙이면 전라남도 여수에서 고흥 간 거리인100리[백 리]에 섬과 섬을 잇는 바닷길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이름이 멋있더라 했더니 2020년 전라남도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신복리에서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간 39.1㎞[해상 교량 11개]에 대한 도로 이름’을 공모했는데 그때 당선된 명칭이라고 합니다. 제 일행은 11개의 다리중 5개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가면서 우리나라 교량 건설 기술은 가히 세계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고흥군 사진)

봄비가 내리는 바람에 낭도 둘레길을 포기했더니 예정보다 빨리 고흥군에 도착을 했습니다. 
근처에 볼거리가 더 없나 검색을 해보니 우주 발사전망대가 있군요. 큰 기대를 안하고 갔는데 왠걸....이렇게 멋진 곳이 있을 줄이야....7층 높이의 전망대인데 바닥이 360°로 회전을 한다네요.
1분에 6°씩 1시간만에 한바퀴를 도는데 신기했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나로도의 우주발사센터는 안보였지만 바깥 풍광은 가히 환상적으로 멋진 곳이군요.

비님 덕분에 낭도 둘레길 트래킹만 빼고
계획했던 여행 코스는 모두 돌았습니다.
이제는 김천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이른지라 검색을 해보니 
가는 길목에 광양 매화마을이 있었군요.

매화마을의 매화는 활짝 피었지만 어디서 이렇게나 많이들 오셨는지 차들이 밀려서 도저히 움직일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겨우 주차를 하고 30분간 둘러보고 서둘러 내려 왔습니다. 봄꽃의 시작이 매화마을이라더니... 과연  규모도 크고 잘 꾸며 놓았더군요. 홍쌍리 여사님 덕분에 봄 기운을 마음껏 들이켰습니다.

이번 여수 여행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예정에 없던 광양 매화마을까지 들렀더니 훌쩍 점심시간이 지났습니다. 
부지런히 차를 달려서 진주에 있는 냉면전문점 하연옥에 도착을 했습니다.

비빔냉면과 육전이 맛있는 '하연옥'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냉면집이라고 하네요. 소 사골에다 사태, 멸치, 새우, 밴댕이, 다시마, 바지락 등을 넣고 푹 우려 내는데 육수를 내는 데만 3일이 걸린다고 자랑을 하는 식당이지요.

오이, 무, 삶은 달걀, 노른자 지단이 고명으로 올라가는데 육수가 시원합니다. 하연옥 냉면은 뭐니뭐니 해도 소고기 육전입니다. 소고기 살코기에 달걀옷을 입혀 부쳐 낸 육전이 냉면하고는 안 어울릴 듯도 한데 맛이 있네요. 
물냉면 10,000원, 비빔냉면 10,500원, 육전 22,000원으로 작년보다 가격이 조금 올랐습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냉면을 드시는 분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1박2일 여수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짧은 시간인데 며칠은 지난 듯 합니다. 여행은 역시 삶의 재충전입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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