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주일(3월 13일)입니다. 오늘은 문경시에 소재하고 있는 충현성결교회 46주년 기념 임직예식이 있는 날입니다. 여느 때 같으면 걱정이 많이 되었을 것입니다. 잔치가 있는 날 내리는 비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내리는 비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오랜 가뭄으로 대지가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봄비로 대자연이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축복의 비, 충현성결교회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좀 일찍 교회를 나섰습니다. 임직식이 오후 3시인데 두 시간 전, 그러니까 오후 1시에 출발하였으니 좀 일찍지요? 빗길인데도 입에서 찬양이 흘러나왔습니다. 오후 2시 30분에 충현성결교회에 도착했습니다.

담임 문은석 목사님과 남정일 장로님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더군요. 예배당이 깔끔하게 다가왔습니다. 몇 년 전 방문했을 때와는 날아다니는 공기의 감촉부터 달랐습니다. 상큼발랄하다고 할까요. 거기에 바닥을 수놓고 있는 무늬는 따뜻함이었습니다.

1층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비슷한 시각에 도착한 신동하, 서병돈, 유재억 장로님 등과 한 테이블에 자리해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우리 지방회의 기둥 역할을 하신 분들입니다. 10여 분이 지나자(오후 2시 40분)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속속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2층 본당으로 올라갔습니다.

기도하며 잠시 묵상에 잠겼습니다. 제게는 대단히 의미 있는 자리입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경북서지방회 제70회기 회장을 맡고 첫 번째로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곱게 단장한 마르떼기악부가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찬양곡이 경건하면서도 은은하게 전해오더군요.

오후 정각 3시에 담임 문은석 목사님의 집례로 임직예식이 시작되었습니다. 1부 예배 순서를 명기함으로써 임직식 전체를 조감해 보겠습니다. 예식사-집례자, 찬송(208장), 기도-부회장 서병돈 장로, 성경봉독(요 2:6-11)-서기 김윤규 목사, 찬양(주 은혜가 나에게 족하네)-할렐루야 찬양대, 설교(하인들은 알더라)-회장 이명재 목사.

2부 임직예식을 위해 다수교회 문사무엘 목사님이 기도를 했습니다. 전체 순서의 대강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기록해 보겠습니다. 명예장로 추대(윤희수 남정일 장로), 명예권사 추대(장장순 권기봉 서춘옥 권사)가 예식의 앞에 자리했습니다. 평생을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헌신해 온 분들입니다.

이어 김명숙 성치곤 이관후 세 분의 장로장립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안수위원들이 단상에 올라와서 무릎 꿇은 장립자들에게 정성껏 손을 얹었습니다. 그리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충현교회 장로임을 공포하였습니다. 축하 박수 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안수집사 안수의 시간입니다. 장차 장로 장립까지 받을 분들입니다. 박준호 임종남 두 집사님이 대상자입니다. 임직자와 집례자 사이에 예의 그 서약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 임직을 받으면 신앙이라는 굴레에 더 단단히 묶인다고 말하지만 묶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 말씀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한 분 권사님이 새롭게 취임했습니다. 김도영 권사님입니다.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우리나라 기독교의 부활은 누대로부터 권사님들이 일구어 놓은 결과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도하며 봉사하는 권사님들의 미담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임직예식 때마다 공통으로 이어지는 순서가 있습니다. 신뢰와 사랑나눔이라고 할까요. 천성을 향해 나아갈 때 함께 하겠다는 동지의식의 교류 자리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것은 패(牌, 추대, 임직) 수여, 메달 수여, 꽃다발 증정 등입니다. 패의 무게만큼 든든하고 메달이 뿜어대는 빛만큼 찬란하며 꽃만큼 향기롭습니다.

3부 축하와 감사의 시간입니다. 교회와 임직자에게 주는 조양남 목사님의 권면, 김시영 목사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임직예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듣고 다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문경시장로회에서 장로 장립 축하패를 전달하는 시간도 들어 있습니다. 특히 성희진 집사님의 축가(거룩한 성)와 당진 누리는교회 김성조 목사님 부부의 ‘사명’ 특송은 참석자 모두에게 강한 도전의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오늘 장로로 장립된 김명숙 장로님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며 답사를 했습니다. 주님의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역시 새로 장로가 된 성치곤 장로님이 인사 및 광고를 한 뒤, 참석자 모두 일어나서 교단가를 불렀습니다. 구택회 목사님의 축도로 임직예식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예배당 출구를 나갈 때 정성껏 준비한 선물과 식사비를 일일이 전달 받았습니다. 코로나 이전 같으면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교를 나누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래저래 피해를 크게 입는 우리 기독교입니다.

성대한 임직예식이 길지 않은 시간(1시간 15분) 안에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담임 문은석 목사님의 지혜가 발동한 결과입니다. 한 달 전부터 기도로 준비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순서를 농축해서 엑기스화 했습니다. 저도 5분 설교로 임직받는 분들의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귀가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몇 분이 엄지척을 해 주었습니다. 설교가 짧아서 좋았다는 뜻이겠죠.

교회 행사는 부흥을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충현교회 임직예식도 그렇게 될 줄로 믿습니다. 성도들의 밝고 따뜻한 모습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에 복음과 사랑을 듬뿍 전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마음을 담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습니다. 찬송가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가 귓전을 맴돌았습니다(이명재 목사 記).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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