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선거가 끝났다. 국민의힘은 잔칫집 분위기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초상집이다. 0.78%, 종이 한 장 차이가 두 정당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었다. 상대 당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패자에게 위로를 승자에게 축하를!' 이런 구호조차 들리지 않는다.

일부 국힘당 지지자들은 패자 이재명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려 한다. 부관참시라도 할 기세다. 선거운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외국에서 쉼의 시간을 갖겠다는 이재명에게 '출국금지' 청원까지 했다니... 승자의 만용이다.

윤석열 당사자도 특유의 뚝심으로 자기 정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북 강경 대응, 공수처 권한 축소, 검찰권 독립 등 검찰개혁에 저항한 본심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계승할 건 계승하고 폐기할 건 폐기한다'는 관례적인 말조차 터부시 여기는 분위기다.

0.78%로 승리한 대통령이 과연 그의 생각대로 이런 일들을 추진할 수 있을까.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통합정치다. 하지만 통합과 협치의 기미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그의 고집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럴 땐 국민이 피곤하다.

통합과 협치의 정치는 인사를 통해 드러나는 법이다. 인수위원회 중책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인수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안철수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비서실장으로 확정된 장제원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국힘당의 전사(?)로 정쟁의 장마다 투입되는 사람이다.

장제원은 말싸움에 능해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통합과 여야 협치에 어긋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당선자 비서실장이라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장제원 같은 이는 압승했을 때나 생각해 봄직한 인사다. 48.56%가 47.83%와 끝까지 해보겠다는 아집이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깊이 고려해 볼 사항이 있다. 승자독식의 문제다. 승자는 영웅, 패자는 죄인이라는 정치 구조가 만연해 있다. 고쳐야 한다. 이런 정치시스템은 피아(彼我)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저(低) 발달의 민주주의 국가임을 말해 준다. 다양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맞지 않다.

시대에 부합하는 정치제도로 다당제 말들을 한다.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로는 안 된다.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는 다당제를 삼제(芟除)한다.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여야 모두 다당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 않나.

한 선거구에서 2~5명의 당선자를 선출할 수 있다면 거대 정당뿐 아니라 군소 정당이 선택될 소지도 그만큼 넓어진다. 새 정권 들어 시급하게 바꿀 정치시스템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승자독식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더 이상의 극단적 진영대립을 피하는 길이다.

KBS 개표방송에서 화상현실(XR)로 구현된 청와대(사진=KBS)

다른 하나는 결선투표 제도이다. 1위가 과반(50%)을 넘지 못할 경우 2위와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에서 이미 채택하고 있다. 당선자에게는 정통성과 대표성을 부여하고, 유권자에게는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민 절반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어떻게 국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답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두 번에 걸친 선거에 드는 비용을 예산 낭비라고 한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다. 명확한 대표성 확보는 선거 비용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이번 대선과 같이 과반에 미달된 박빙의 표 차이(0.73%)로 승부가 갈리면 당선자가 국정 동력을 갖기 어렵다.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당선자는 이에 비할 바가 못된다. 두 번의 선택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향후 정책 추진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이번 대선의 경우 결선투표를 했다면 1,2위의 순서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많다. 윤석열 48.56%, 이재명 47.83%, 심상정 2.40%, 허경영 0.80%... 윤석열과 이재명의 표차이가 0.73% 포인트이다. 심상정의 표와 허경영의 표를 합치면 3.20%, 1,2위를 바꿀 수 있는 충분한 표다.

윤석열 당선자가 시야를 넓고 멀리 가질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국민 전체를 보고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 또, 다른 정당들과 다각적으로 소통하며 정치를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3권분립이다. 사법부와 입법부의 협조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것은 하나의 지혜이다. 입법부는 여소야대의 의석분포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고등수학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드는 만큼의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당선자가 통합과 협치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윤 당선자는 문재인 정권이 개혁의 상징으로 추진한 공수처 및 검찰 조직을 원이치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북한과의 관계도 힘에는 힘으로 맞설 거라고 한다. 여차하면 선제타격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의 대통령 취힘 후 검찰의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다. 친윤석열 라인의 검사들을 요직에 앉힐 거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검찰공화국을 떠올리며 먹구름이 몰려오는 느낌을 받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검찰 예산도 독립시키겠다고 했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인사를 보고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읽는 게 일반적이다. 당선자 비서실장 장제원과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권영세를 볼 때, 과연 협치가 될까. 정권이 독주하면 국민이 가만 있지 않는다. 촛불혁명이 주는 귀한 교훈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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