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내일(3월 9일)은 20대 대선 본 투표가 있는 날입니다. 하루 종일 전화벨이 쉴 틈 없이 울렸습니다. 그중 많은 양이 누굴 찍어달라는 부탁성 전화였습니다. 의미가 크지 않은 전화입니다. 사전투표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알았다며 통화를 끝냈습니다.

저도 한 번 따라나 해 보자는 심산으로 몇 군데 전화를 넣어 보았습니다. 전화를 넣다가 피식 웃으며 그만두었습니다. 왜냐하면 버튼을 누른 곳은 대부분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나와 같은 후보로 표심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23일 동안 진행해 온 각 당 선거운동을 쭉 지켜보았습니다. 사회의 발달에 비례해서 선거운동도 진화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도리어 후퇴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소인배들의 경쟁이 아니라 대인의 출현을 기다립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마지막 선거 유세는 의미가 각별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모습이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사자성어를 대입하기도 하고, 영어를 끌어들여 피날레(finale)를 장식한다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다른 군소정당도 언급하는 게 도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면 관계상 2강 후보로 한정해서 저의 소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강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라는 건 단박에 아셨겠지요? 두 후보가 선거운동을 주도해왔습니다.

저의 관전평을 두서없는 글이 되기 쉽습니다. 일정부분 정치적 입장이 반영되기도 하겠구요. 저와 다른 관전 소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개인의 의견이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알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선거유세를 촛불집회의 상징 청계천 광장에서 가졌다. 그는 상대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에게 '수고가 많았다'며 인사를 전했다(사진=연합뉴스).

먼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선대위는 자기중심의 선거운동을 한 반면,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시종 선거운동을 하였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의 절박성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운동의 기술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정권 교체는 구호로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것은 국민 앞에 바른 정책과 희망을 심어줌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입에서 국민 다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별로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둘째, 윤석열 후보는 네게티브 운동에 치중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그래도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역대 최악의 선거란 말을 들어도 쌉니다. 흥신소 소장 뽑는 것도 아닌데 상대방 비리 캐기에 온 힘을 쏟아붓는 운동에 씁쓸함을 느낍니다.

셋째, 험한 단어들을 여과 없이 쏟아낸 것은 마치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요즘은 반장 선거도 이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후보가 내뱉은 험담은 선거의 격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후보의 수준을 그대로 말해 주는 것이 됩니다. 악담은 범부들도 피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넷째, 마지막 날 마지막 선거운동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선거운동의 주제를 읽을 수 있고, 또 전 운동을 결론짓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력 경쟁자인 윤석열 후보와 그 선거운동원들에게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했습니다. 누가 되든 통합의 정치를 하자고 했습니다. 이런 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이에 비해 윤석열 후보는 마지막 선거운동에 배우 김부선을 등장시켰습니다. 이재명의 아픈 부분을 헤집어 팠습니다. 네거티브의 정점 격입니다. 설령 김부선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의 등장이 표 획득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향상된 민도를 무시한 이벤트 아닐까요?

윤석열 후보는 3월 8일 선거운동 마지막 날 광화문 집회에 김부선을 등장시켰다(사진=연합뉴스)

김부선의 그간 행동은 그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천신만고 끝에 유력 정치인이 된 사람을 거머리같이 물고 늘어짐으로써 동일시화하려는 마음의 작용 아닐까요. 김부선을 끌어들여 한 몫 챙기겠다는 것은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둔함에 다름아닙니다.

끝으로, 두 후보 선거운동에 점수를 매겨 볼까요. 순전히 개인적 판단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윤석열은 중하(中下), 이재명에게는 상중(上中) 정도를 주겠습니다. 선거운동이 전반적으로 저급했다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렸지요.

특히 윤석열후보의 경우 기득권 대변, 서민 외면 전략은 윤석열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선대위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윤석열 선대위를 보면 사람은 많되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오합지졸(烏合之卒)입니다.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내일 저녁 7시 30분이면 결과를 알 수 있겠죠. 코로나 확진자 투표 마감이 그 시각이더군요.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가 그 시각에 있다고 합니다. 역대 최근소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밤을 지새며 개표상황을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밤늦은 시간, 아내는 오늘 밤이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 때와 비슷하다고 하는군요. 크리스마스는 구주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 아닙니까? 그야 말로 기쁨에 휩싸이는 날, 3월 9일이 우리 모두에게 그런 날이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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