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20대 대선 잡상(雜想)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후보 단일화의 양면성

선거 때마다 고개를 드는 것이 후보간 단일화다. 단일화는 하나 되는 것이니까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모든 단일화가 선(善)은 아니다. 도적질을 위한 단일화, 살인을 위한 단일화, 윤리도덕을 해치는 단일화... 이런 것은 악(惡)의 영역이다.

단일화가 다 선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안철수와 윤석열이 대선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다. 안철수를 윤석열 앞에 둔 이유를 생각이 있는 독자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안철수가 주인공이다. 안은 대선 운동 기간 내내 단일화의 중심에 있었다.

윤석열에 붙느냐 이재명에 붙느냐... 단일화의 주역이란 말이 붙어 다닐 만 했다. 윤석열에겐 1/10의 힘이 실린 단일화지만 안철수는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다. 10 전체를 건 격이라고나 할까. 무모함을 넘어 그의 정치생명 끝을 예고했다.

안철수의 모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일화가 자칫 안철수에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입장에서도 그렇게 도움 되는 일이 못 된다. 1 더하기 1은 2가 되어야 정상이고 그것을 기대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 1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심리학에서 마이너스(-) 효과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밑지는 장사다. 정치에서 지극히 꺼리는 것이 이런 짓이다. 단일화의 주인공을 안철수라고 했다. 그에게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승부수는 이기고 질 가능성을 함께 가지고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안-윤 단일화는 판단컨대 그 둘에겐 패배만 있는 수다. 어떤 근거로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가?

먼저 대 국민 신뢰의 문제가 있다. 어려운 단어 쓸 필요 없이 국민을 속인 죄다. 선출직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살아가는 존재다. 안은 단일화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대선 완주를 호언했다.

3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한 후 손을 맞잡아 올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 신뢰를 잃다

중도 사퇴는 없다고 했다. 윤석열에게 표를 찍는 사람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는 극한 수사까지 끌어들였다. 중도 포기 전문가인 그에게 '이번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국민들 특히 그에게 심정적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허탈해하는 이유가 괜한 것이 아니다. 정권교체는 보수 블록 일부의 주장이지, 국민 전체의 바람이 아니다. 단일화를 협잡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민의당 당원들은 또 어떻게 되는가. 아무리 그 당의 대표가 안철수라고 해도 당원들의 뜻은 읽고 있어야 한다. 당원 전체가 어렵다면 주요 당직자들과의 논의는 거쳐야 했다. 이게 공당이 취할 태도다.

민주적 절차는 공당에 생명과 같은 것

하지만 안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원내대표까지도 발표 후 단일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이런 데 대한 당내 반발 움직임이 벌써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윤석열 입장에서는 다른 것은 필요 없다. 낭독용 단일화 합의문, 언론 홍보용 사진 몇 컷만 있으면 된다. 그 밖의 것은 군더더기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윤석열 단일화를 '마이너스 효과'라고 했다. 안철수뿐 아니라 윤석열에게도 표 확산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여론은 국민의 다양한 생각들이 결집되어 드러난다. 그래서 중요하다.

이재명 윤석열 2강 가운데 안철수가 끼어 있었다. 사고가 다양화된 시대, 윤석열은 아닌 것 같고 이재명에게도 마음을 온전히 줄 수 없는 사람들이 안철수를 선택하려고 했다. 중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3월 4일과 5일 이틀동안 진행된 20대 대선 사전투표는 40%에 육박할 만큼 열기다 뜨거웠다(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지지의 중도층의 표심이 어디를 향할 것인가?

실제로 안철수는 이런 사람들의 지지를 근거로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던가. 이들은 안철수의 적극 지지층이 아니다. 안이 어떤 선택을 하든 우르르 따라갈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안의 판단 오류이다.

안의 중도 하차에 대한 배신감 허탈감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이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를 지지했던 표심이 과연 어디로 향할까. 윤석열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위에서 밝힌 바 있다.

윤석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라고 해도 상관없다. 사전투표장으로 향하는 저 행렬을 보라. 혹자는 정권교체에 대한 갈망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윤은 자신을 비단길 걷게 했던 정권을 배신했다. 급작스럽게 보수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 갖은 험담으로 현 정권에 화살을 쏘아댄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전투표장으로 향하는 열기, 어디서 오는 걸까?

5일 후면 드러날 것이다. 높은 사전 투표율을 윤석열 집권에 대한 위기감에서 온 것으로 본다.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한 언론사가 폭로한 윤의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재명이 마음에 쏙 안 들 수 있다. 민주댱 집권 5년동안 부족한 점도 있었다. 그렇다고 검찰주의자 윤석열에게 정권을 넘겨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이 된다. 국가의 큰 낭비이다.

대선 10년 주기설.... 여야가 10년을 단위로 교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노태우-김영삼(10년), 김대중-노무현(10년), 이명박-박근혜(9년, 박근혜 탄핵으로 1년 단축), 문재인-?

정권 10년 주기설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리가 없지 않다. 이것의 이유 앞자리에 국정의 연속성을 둔다. 5년은 짧다는 것이다. 문학으로 말하자면 5년은 발단-전개 단계이다. 현재 진행형이다.

위기의 단계를 지나서 결말(마무리)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낭비 없이 국정을 끌고 갈 수 있다. 보수 쪽 사람들 중에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다.

대선 10년 주기설에 의하면....

따지고 보니 우리와 맞아 떨어진다. 노태우ㆍ김영삼(10년), 김대중ㆍ노무현(10년), 이명박ㆍ박근혜(9년, 박근혜 탄핵으로 10년을 채우지 못함), 이어 문재인이 5년. 10년 주기설에 의하면 민주당이 5년을 이어야 한다.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 얘기겠지만 이 주기설이 이번 선거에 적용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대선을 정권 쟁탈전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닷새 뒤, 어떤 결정이 나든 국가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원론적 얘기가 아니다. 당장 실천해야 할 요목이다. 국가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적대적 대립으로 나라 발전을 기대한다? 안 될 말이다.

20대 대통령이 해야 할 일들

다당제 실현, 복지 국가의 실현, 인사풀의 대폭 확대 등 국민이 바라는 통합의 정치는 매우 많다. 여기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 여기에 근거해서 국민을 섬기는 데 솔선하는 대통령! 20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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