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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기념시] 정호승의 '유관순'
취재부 | 승인 2022.03.01 18:46

        유  관  순

                            詩 / 정호승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를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

그리움에 눈감고 쓰러진 뒤에

낫 들고 봄밤만 기다리다가

날 저문 백성들 강가에 나가

칼로 불을 베면서 함께 울며 간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기다림의 피

쫓기는 속치마에 뿌려놓고 그리워 간다.

그리운 미친년 기어이 간다

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 맞추며 간다.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선도하는 유관순 열사(사진=GOODNEWS)
* 3.1절 103주년 되는 날이다. 만약 3.1절이 없었다면 우리는 역사에 얼마나 부끄러운 민족이 되었을까. 그때 다수의 민중은 고통 가운데 놓여 있었지만 친일배들은 일제에 붙어 호의호식을 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내 경우엔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유관순 누나이다. 17살의 나이로 만세운동에 참여해 구속된 뒤 일제의 회유를 거부, 끝내 옥사한 자랑스런 열사이다.

정호승 시인이 유관순 누나를 모티브로 시 한 편을 썼다. 시의 제목도 '유관순'이다. 이 시를 두고 보수쪽에서 들고 일어난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사와 문학에 무지한 소치의 결과다. 시를 모르는 이들의 만용에 지나지 않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 '유관순'으로 인해 신친일파들의 쇳소리가 요란하다. 그들은 유관순 열사를 '미친년'이라고 표현한 것에 발끈한다. 단어에 집착한 일종의 편집증이다.

시에는 '시적 자아'라는 게 있다. 시인은 일제 및 친일파의 앞잡이가 되어 유관순 열사를 불러 들인다. 그들은 목숨을 내놓고 일제에 저항한 유관순을 '미친년'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았다.

이 시에는 유관순 열사가 일제에 저항한 정신이 여러 소재들을 통해 드러난다. '낫질ㆍ총칼ㆍ그림자ㆍ칼ㆍ불ㆍ새끼줄'이 불의한 일제의 탄압과 연결되는 소재라면, '햇빛ㆍ들풀ㆍ봄밤ㆍ강ㆍ기다림ㆍ입맞춤'은 일제에 항거하며 고난을 극복했을 때의 희망을 담고 있다.

또 '간다'라는 동일 서술어미를 일곱 번 사용하고 있다. 같은 단어의 반복은 강조를 의미하는 것. 그런데 어디를 향해 가는지 목적어가 없다.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조국 독립'을 향해 가고 있다. 어떤 간난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지라도....

시에는 많은 비유와 수사의 법칙이 사용된다. 이 시에서 극우들이 문제 삼는 '미친년'은 일제에 대한 시인의 분노가 응어리진 시어(詩語)다. 유관순 누나를 어떻게 미친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3.1운동 당시 친일파들이 이런 것을 두고 들고 일어났다면 우리의 독립도 훨씬 빨라졌을 것이다. 신 친일파들이 이 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시인 정호승을 모르고, 문학에 무지하며 역사적 인식이 결핍되어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

한 여당 정치인이 정호승의 시 ‘유관순’을 SNS에 올렸다가 극우들에게 몰매를 맞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가가대소(呵呵大笑)다! 3.1절 103주년에 또 하나의 역사적 아이러니를 목도한다(詩評, 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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