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신부작족(信斧斫足)의 교훈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3월 4, 5일이 사전투표일이고 9일이 본 투표일이다. 늦어도 9일 자정을 지나면 당락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다.

역대 어떤 선거보다 예측이 가능하지 않은 선거다. 여론조사도 시소게임 하듯 우열이 수시로 바뀐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이니 후보들도 애가 탈 것이다.

이렇게 되는 데는 대충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진영의 공고한 구축이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진영은 죽다 깨어나도 자기 진영과 관계되는 후보를 선택한다.

아무런 조건도 없다. 비상식적이고 저급하다는 말을 듣지만 막무가내다. 보수와 진보 각각 전체 유권자 중 25%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양 진영의 든든한 원군이다.

이들은 지구가 두 쪽이 나도 고(go)다. 이성이 작동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어림잡아 극우 5%, 극좌 5% 합 10%를 뺀 나머지 40%가 중간층이다. 중간층은 상황 논리에 민감하다. 또 실용적이다.

자신들에게 유무형의 유익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한다. 많은 중간 지대 유권자들이 선거 직전까지 후보를 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투표장에 가서 후보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두 유력 후보의 지지율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중간지대 사람들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예측불허의 상황이 투표 당일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 후보 리스크를 들 수 있다. 중요 사안이다. 도덕군자를 뽑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에겐 보통 이상의 도덕률을 요구한다. 이것은 국민의 당연한 바람이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이 점에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진영 논리에 덮혀 두드러지지 않은 것 같지만 그에게 따라붙는 배신 트라우마다. 임명권자와 척을 진 모습은 큰 혹이다.

윤은 자신이 속한 정권에 극한 대립 상을 보였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배신’은 중간층을 견인해 내는 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의 정서가 그렇다. 배신한 자는 또 다른 배신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합리주의보다 인정주의에 가까운 우리의 심성은 신부작족(信斧斫足)을 도덕적 흠결의 앞자리에 두고 생각한다.

윤의 지지율이 콘크리트 지지층 중심의 박스권에 묶여 있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변하지 않는 지지층의 위세와 환호에 묻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그의 당선을 막는 비수가 될 수 있다.

후보뿐 아니라 국힘당 선대위에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막상막하의 여론조사 결과에 자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론조사라는 신기루에 눈물을 삼킨 자들이 지난날 얼마나 많았던가.

윤석열의 경우 한 가지 더 보탤 수 있는 것이 있다. 심판에서 선수로 급변(急變)했다는 점이다. 검사는 법에 따라 형량을 정하는 심판자이다. 심판의 대상은 전 영역을 망라한다. 정치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 심판자가 갑자기 선수가 되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국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소속했던 정권을 험담하며 대선에 뛰어든 것이다. 정치 윤리에 어긋난다. 축구 선수가 잘못한다고 심판이 골을 넣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세 번째로 가족 리스크를 들 수 있다. 윤석열의 이른바 '본부장' 비리는 백화점식 범죄혐의를 배태하고 있다. 조국에서처럼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감당하기 어렵지 않을까.

설령 윤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본부장’ 문제는 곪은 상처 부위처럼 터질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검찰의 기개(?)라면 말이다. 공정과 상식은 보편으로 적용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선택적이 아닌….

역대 선거를 되돌아볼 때 후보 부인이 꼭꼭 숨어서 선거운동 밖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무슨 흠결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은둔성 행보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해 두고 싶다.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이것 하나만 당부하고 싶다. 대통령 당선자는 진영간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는 것! 신부작족의 사람을 멀리하라는 것....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