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 내가 아이들에게 종종 해 주는 말이다. 여기에 대해 아이들이 가타부타 반응을 하진 않는다. 그러나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 내심 빈한한 사람의 변명 같이 여겨져서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다.

화천대유 사건이 터졌을 때 억대 금액의 숫자가 매스컴을 도배했다.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다는 것에서부터 몇 억으로 1조원 가까운 이득을 취했다는 것까지 ‘억 억 억’ 소리가 현란하게 세상을 진동했다.

몇 만 원의 씀씀이를 두고도 마음앓이를 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런 소리에 할 말을 잃는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마음 속 이의 제기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빠는 도대체 지금까지 뭣 하셨어요?‘

이 사회는 가진 자들만의 리그로 알려져 있다. 가진 자들이라고 희비가 없지 않겠지만 그 정도는 일반 서민들 것과는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빈자의 합리화 같이 들리겠지만 서민들의 애환이 더 값지지 않을까 싶다.

여느 대선 때완 다르게 후보 부인들이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어두운 측면의 조명이다. 여러 개의 항목으로 국민들로부터 비판 받은 김건희 씨가 보름쯤 전 언론 앞에서 대 국민 사과를 했다. 국힘당에서 방어벽을 쳤지만 불가항력이어서 김 씨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어제(2월 9일)는 이재명 후보의 부인이 몇 가지 사안을 갖고 사과를 했다. 도청 공무원을 하인같이 부렸다는 이른바 ‘갑질 논란’과 법인 카드로 고기를 사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 김 씨는 어쨌든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사과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때 썼다는 1년에 100억 원을 넘나드는 판공비가 오버랩되었다. 검찰총장의 판공비는 용처를 밝히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란다. 국민의 혈세인 돈을 용처 불문으로 쓸 수 있다는 것부터 문제다. 1년 100억의 액수에 국민은 더 놀란다. 검찰 개혁은 이런 것을 뜯어 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혜경 씨가 사과를 과연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국힘당과 보수 언론의 하이에나 속성이 세상을 또 떠들썩하게 할 텐데 말이다. 어떤 경로를 거쳐 김혜경 씨의 사과 기자회견이 결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안 한 것만 못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2월 9일, 소위 '황제 의전'과 '법카 사적 사용' 등에 대해 사과했다(사진=연합뉴스)

사과는 무조건하는 게 만능이 아니다. 사과를 받아 줄 만한 사람에게 하고, 그런 분위가 조성되어 있을 때 해야 한다. 상대가 있을 때 성립할 수 있는 것이 사과이기 때문이다. 국힘당의 아니면 말고 식의 악담, 보수 언론들의 선택적 기사 쓰기 등은 예견한 것 아닌가.

사적 통화 내용을 녹음해서 폭로한 당사자는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힘당 선대위는 위아래 가리지 않고 극한 말들을 뱉어 내며 총공세다. 보수 언론도 물고기 제철 만난 듯 편향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잘못을 인정했으니 이재명 후보가 사과해야 한단다.

큰 도둑은 활보하는 데 좀도둑만 잡혀간다는 말이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에 서민들은 한숨짓는다. 불의한 방법을 동원해 몇 십, 몇 백 억원의 돈을 꿀꺽하면 죄가 아니다. 서민들은 몇 만원이 없어 영어의 몸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사회의 양극화가 도를 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타개되어야 할 사회 현상이다. 가진 자들만의 리그인 이 사회를 모든 국민이 같이 누리는 리그로 바꾸어야 한다. 이번 대선이 그래서 중요하다. 기백 억원과 기십 만원의 싸움이 20대 대선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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