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초록은 동색이다.... 최근의 재판 흐름을 보고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초록은 동색’이란 말이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같은 패가 될 때 쓰는 말이다. 요즘 검찰과 법원의 구형과 판결의 흐름이 이 말을 생각나게 한다. 일반 시민의 판단으로도 뻔한 사실을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게 판결한다.

법 집행의 상징인 저울대와 추는 형평과 공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판검사들이 형평과 공정을 내팽개치고 정치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경우가 잦다. 문제의 시발은 검찰총장으로 있다가 야당 대선 후보로 변신한 윤석열에게 있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은 자신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정부의 등에 칼을 꽂고 갑자기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말이 좋아 그의 수사가 법과 원칙에 입각하고 정의와 공정이었지 그것은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었고 기득권 수호였다.

검찰은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기득권을 지키는 데 첨병 역할을 해왔다. 이 덕분에 일제에 기생하고 해방 후 정권에 아부하며 안락한 그들만의 요새를 쌓아왔다. 이 요새에서 호의호식해 왔으니 검찰개혁을 내켜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생각은 위아래가 없다. 평검사부터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똑같아 일종의 엘리트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사용되어야 할 형사소송법 상의 검사동일체 원칙이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수사에 자주 악용된다.

그래서 검찰을 물보다 진한 피 운운한다. 검찰패밀리란 말이 이런 데 기인하는 것이다. 검찰의 동질의식은 정말 피와 같이 끈끈하다. 최근에 나온 판결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고발사주 의혹’ 손주성 검사 구속영장 기각, 윤석열 장모 최은순 2심 무죄 선고, 김학의 뇌물 혐의 무죄, 대법 정경심 징역 4년 확정 등.

검찰과 법원을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고 했고, 지금의 법원 판결과 검찰 구형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했다.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법원과 검찰은 생래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삶 자체가 비단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퇴직 후에도 변호사로 공생의 관계가 된다. 검찰개혁은 이 공생 관계를 깰 가능성이 많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검찰과 사법부 개혁에 그들이 결사 항전하는 이유이다. 이럴 때 나타난 이가 윤석열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기수 파괴 등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윤을 수직 승진시킨 것은 다름 아니라 그를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 윤석열 장모 2심서 무죄 (서울=연합뉴스)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타 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은순씨가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2.1.25

하지만 착각이었다. 아니, 오산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조국 법무부장관을 끌어내리려 했고 급기야 성공했다. 검찰개혁의 야전사령관 격인 조국을 낙마시켰으니 정권도 별것이 아니란 생각을 했을 법하다. 임명권자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부터 윤석열은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기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 윤은 현 정권이 자신을 정치로 내몰았다고 항변하지만 그건 자기 합리화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 윤의 자기 정치에는 소위 ‘검찰당’이라고 일컫는 검사들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검찰과 법원이 온통 윤석열에게 올인하고 있는 작금의 분위기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을 확신하지 않고서야 저런 형평에 어긋나는 구형과 판결을 내릴 순 없다. 윤석열에게 보험을 들었다며 세인의 시선들이 곱지 않은 이유도 일리가 있다. 검찰과 사법부가 조종(弔鐘)을 울렸다고 말한다.

윤석열과 관계되는 것 또 검찰과 관계되는 것은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결을 이끌어낸다. 너무 노골적인게 우습다. 누려온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는 게 판결로 말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 것일까. 만약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면 검찰의 영화는 지속된다! 그들의 신념이다.

검찰과 법원이 이런 비상식적 반형평적 비공정적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보수 카르텔이라고 말하는 지원군들이 있기 때문에 힘을 얻는다. 검찰은 두말할 것 없겠다. 또 그들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법원, 윤이 하루아침에 접수해버린 보수 국힘당은 든든한 후광이다.

그것뿐 아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윤의 홍보 매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의 믿는 구석에 수많은 즉자적 민중이 있다. 민중이면서 자신이 민중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부자 당을 위해서 기꺼이 한 표를 희사한다. 참으로 든든한 원군이다.

나는 오는 3월 9일 대선을 사람 대결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당의 결투로 보아서도 안 된다. 이번 대선은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블록과 그것을 파괴하려는 블록 간의 싸움이라고 본다. 기득권 파괴는 권력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산시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법원 판결이 국민의 정서와 어긋나게 나온다고 했다. 우려할 흐름이다. 법원과 검찰을 놓고 볼 때 검찰보다 법원이 더 보수성향을 띠고 있다. 변화를 싫어한다. 이건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다. 우리의 경우 검찰이 워낙 나대는 상황이어서 그렇지 법원의 보수성이 유약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윤석열의 당선 가능성이 많을수록 기득권을 지키려는 판결은 형평과 공정이란 잣대를 벗어날 가능성이 많다. 이젠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내야 한다. 역사를 퇴보시킬 수는 없다. 그것은 국력 낭비이다. 다시 촛불 드는 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도 국민의 표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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